2025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최근 주택시장에서 과거와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대출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서울 주택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맞물려 상승하던 가계대출과 주택가격의 동조화가 약화된 가운데 전세 비중이 줄고 월세 가구가 꾸준히 늘며 주거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 과거 맞물려 상승하던 가계대출과 주택가격의 동조화가 약화된 가운데 전세 비중이 줄고 월세 가구가 꾸준히 늘며 주거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실린 '최근 주택시장의 특징 및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정책당국의 규제 강화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가 관리되고 있음에도 서울 주택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는 등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간의 동조화가 약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주택가격 상승과 주담대 증가가 맞물렸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두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로 주담대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서울 주택매매 가격은 기대심리와 자기자금 매입을 바탕으로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세가 규제지역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차입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가계부채 재확대는 주택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과거 주택가격 상승기에도 강남3구 등 일부 선호지역의 가격상승이 시차를 두고 여타 서울과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양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화로 그동안 주된 임차유형이던 전세 비중이 줄고 월세 가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2021년 9월 장기 평균을 넘어선 뒤 꾸준히 상승해 올해 10월 현재 60.2%를 기록했다. 아파트 임대차 거래를 살펴보면 전세가 감소하는 가운데 준월세가 이를 대체하는 모습이다. 최근 월세 거래 증가에는 전세사기 등 보증금 반환 관련 리스크 부각과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월세 비중 확대는 가계부채 축소와 함께 주택시장 변동성을 낮춰 금융안정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동안 전세제도는 주거비 부담 완화를 통해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순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영향을 주면서 매매시장 변동성을 확대하고,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갭투자를 통한 가격 변동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다만 한은은 월세 지출 증가로 일부 취약 가계의 재무 건전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세 전환에 따른 가구별 주거비 부담(소득 대비)을 시산한 결과,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부담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소득 1분위 가구는 전세 거주 시 주거비 비중이 17.4%였으나, 월세 전환 시(보증금 10% 전환 가정)에는 21.2%로 늘어났다.

한은은 "주택시장의 금융안정 리스크에 대응하려면 일관된 거시건전성 정책이 필요하다"며 "수도권은 금융불균형을 중심으로, 비수도권은 미시적 보완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와 월세 부담 완화 등 취약계층 보호 방안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비수도권 산업과 인프라 확충을 통해 지역 간 주택시장 불균형을 완화하고 안정적 수요 기반 회복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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