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국내 패션업계가 전반적인 소비 위축과 성장 둔화에 직면한 가운데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들이 예외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고 있지만 ‘가성비’를 앞세운 SPA 브랜드들은 오히려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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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1월 리뉴얼 오픈한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쇼핑하고 있다./사진=무신사 제공 |
2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매출 기준 국내 상위 5개 SPA 브랜드의 올해 매출액은 4조원 안팎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조4280억 원 대비 5000억 원 가량의 성장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곳은 무신사 스탠다드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올해 매출 약 47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약 40% 성장한 셈이다. 이는 단일 SPA 브랜드 기준으로도 이례적인 수치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오프라인 성과다. 온라인 기반이던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해부터 주요 상권에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며 방문객 수와 객단가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올해 누적 방문객 수는 2800만 명이었다. 회사는 중장기적으로 매출 1조 원 달성과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숫자로 회복을 증명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2025년 회계연도(지난해 9월~올해 9월) 기준 매출액 1조35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7.5%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2700억 원대로 크게 늘며 수익성도 개선됐다.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유니클로는 2년 연속 국내 매출 1조 원대를 유지하며 SPA 시장의 최상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기능성·베이직 중심 상품 구성과 안정적인 가격 전략이 불황형 소비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이랜드 패션은 규모의 힘으로 실적을 끌어올렸다. 이랜드 패션의 올해 연 매출은 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53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라이선스 브랜드 뉴발란스는 올해 매출 1조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SPA 브랜드를 포함해 캐주얼·스포츠·여성복까지 아우르는 다브랜드 포트폴리오가 불황기 리스크를 분산시켰다. 특히 중저가 가격대 브랜드들이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며 전체 실적을 방어했다.
다만 토종 SPA 브랜드 탑텐은 성장과 정체의 갈림길에 있다. 올해 매출은 약 9700억 원 수준으로 전망되지만 전년과 비교해 큰 폭의 증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매장 수는 늘었지만, SPA 시장 내 경쟁 심화와 브랜드 차별화 한계로 고성장 국면에서는 다소 벗어난 모습이다.
패션 시장 전체가 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SPA 브랜드는 확실한 숫자로 성과를 증명하고 있다.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소비 기준이 '브랜드 가치'에서 '가성비'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구조적 변화로 분석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와 기존 국내 강자가 수요를 견인하는 가운데 무신사 스탠다드처럼 플랫폼 기반 SPA 브랜드들이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며 "코로나 등의 이슈를 거치며 형성된 가성비 소비흐름이 고물가 국면에서도 이어지고 있어, SPA 시장을 둘러싼 경쟁 구도는 당분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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