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소비 위축에 내수 위축…시장 무게중심 수출로 이동
친환경차 중심 재편 가속…내수 회복 지연은 부담 요인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올해 국내 중고차 시장이 내수 침체와 수출 호조라는 극명한 '양극화' 흐름을 보였다.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 영향으로 내수 거래는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해외 수요 확대에 힘입은 수출은 급증하며 전체 자동차 수출 부진을 일부 상쇄했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중고차 내수 거래량은 소비 심리 위축과 가계 부채 부담 증가로 인해 최근 3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 자동차 수출./사진=연합뉴스 제공


◆ 3년 만에 꺾인 내수…거래 감소 속 친환경차 선방

신차 출고 지연이 해소되며 중고차 공급은 늘었지만, 정작 수요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시장은 역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고 승용차 판매량은 175만2175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81만2026대)보다 약 6만 대가량 줄어든 수치다. 월평균 판매량이 16만 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연간 판매량이 전년을 넘어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2023년 195만280대, 2024년 196만9682대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고금리 기조와 소비 위축이 겹치며 흐름이 꺾였다. 차량 교체 수요 자체가 줄어든 데다 가계 지출 여력이 위축되면서 중고차 구매를 미루는 현상이 심화된 결과다.

다만 친환경 중고차는 예외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전기차 중고 판매량은 4만9044대로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했다. 하이브리드 차량 역시 2023년 6만4150대에서 지난해 8만2007대, 올해 10만263대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연료비 부담과 유지 효율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 변화가 시장 구조를 친환경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자동차 수출 84억 달러…중고차가 완충재 역할

내수 침체와 대조적으로 중고차 수출은 올해 들어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1~11월 중고차 수출액은 84억 달러(약 12조4000억 원)로 전년(46억 달러) 대비 82.6%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고차를 포함한 전체 자동차 수출액은 647억 달러에서 660억 달러로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중고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7.1%에서 12.7%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전체 자동차 수출 실적에서 중고차를 제외할 경우 수출액은 601억 달러에서 576억 달러로 4.2% 감소한다. 신차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국면에서 중고차가 자동차 산업의 실질적인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우려와 현대차그룹의 현지 생산 전환 가속화 등으로 신차 수출이 주춤한 상황에서 중고차가 감소분을 상당 부분 상쇄하며 실적 방어선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이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산 차량에 대한 신흥국 중심의 견조한 수요와 신차 가격 상승에 따른 대체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관세 부과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환경에서도 중고차 산업이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고차 수출이 단순한 보완재를 넘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한편, 국내 자동차 시장과 부품 애프터마켓을 함께 활성화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내수 회복 없이 수출에만 의존하는 성장 구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친환경차를 제외한 내수 중고차 시장 전반의 회복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시장 기반이 수출에 과도하게 치우칠 경우 글로벌 경기 변동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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