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현대건설이 '에너지 대전환'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해외에서는 원전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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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건설 사옥./사진=현대건설 |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시공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하고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전라남도 신안군 우이도 남동측 해역에 390MW(메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국내 해상풍력 산업을 상징하는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총 공사비 2조6400억 원 가운데 현대건설의 계약 금액은 약 6684억 원 규모다.
이번 계약은 사업 포트폴리오 대전환을 추진 중인 현대건설에 의미 있는 이정표로 꼽힌다. 해상풍력을 비롯한 에너지 분야 포트폴리오를 지속 강화하면서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건설은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향한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에너지 생산부터 저장·운송, 활용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 구축을 목표로 '에너지트랜지션리더(Energy Transition Leader)'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관련 사업 수주 규모를 2030년 7조 원까지 늘리겠다는 중장기 청사진도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태양광과 풍력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국내 대표 태양광 EPC 기업인 탑솔라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설계·조달·시공(EPC) 전반에서 협력을 강화해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탑솔라와의 협력은 PPA를 넘어 사업 개발, EPC, 운영·관리(O&M), 투자에 이르기까지 재생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시공 실적을 보유한 탑솔라는 ESS와 해상풍력 등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어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지난 7월에는 사단법인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굿뉴스에너지와 함께 '태양광 발전소 PPA 공급 확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의 안정적인 거래 구조를 구축하고, 플랫폼 기반의 PPA 시장 활성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원전 사업을 핵심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오는 2035년까지 글로벌 원전시장 규모는 1653조 원에, 2050년까지 발전용량은 890GWe(기가와트일렉트릭)에 달할 전망이다. 최대 550기의 원전이 추가로 지어지는 셈이다.
현대건설은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까지 약 50년에 걸쳐 대형 원전 시공 경험을 쌓아온 건설사다. 글로벌 원전 시장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가운데 현대건설은 보유한 기술력과 트랙레코드를 바탕으로 해외 국가들의 대표적인 원전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마이클 쿤 전 웨스팅하우스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원전 사업을 위한 조직·인적 기반도 마련했다. 글로벌 원전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해 사업 기획과 수주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증권가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1조8000억 원 수준에 불과한 현대건설의 원전 수주 잔고는 내년 중 최대 39조 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사업 포트폴리오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이 40년 만에 새로운 원전 사이클 진입을 준비하고 있고, 더 빠르고 대규모로 건설하는 구조적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세계가 현대건설을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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