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조작정보 언론사·유튜버 징벌적 손배 최대 5배… 정치인 청구 가능
국민의힘 "슈퍼 입틀막법"… 현업단체·시민사회·학계서도 우려 목소리↑
[미디어펜=배소현 기자]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위헌 논란이 거센 분위기다. 특히 야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는 해당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권력 비판 보도를 차단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 24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 재석 177명 중 찬성 170명, 반대 3명, 기권 4명으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을 '입틀막(입을 틀어막는)법'이라고 규정한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개정안은 언론사·유튜버 등이 불법·허위조작정보를 고의로 유통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판결로 확정된 불법·허위조작정보를 인터넷에 반복 유통하면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게 했다.

특히 이 개정안은 정보의 내용이 모두 허위일 경우는 물론, 일부만 잘못된 내용도 '허위 정보'라고 했으며 사실로 오인하게 하는 변형된 정보는 '조작 정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정부 고위직·정치인 등도 언론과 유튜브 등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게 해놨다. 

앞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 10월 발의 직후부터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허위정보'의 정의가 모호하고 '허위정보 유통 금지'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등의 지적이 이어진 것이다. 민주당은 관련 상임위원회 심사가 끝난 뒤에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막판 수정을 거듭하며 '땜질 법안'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주당은 결국 허위조작정보 유통 금지 조건을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 '공익 침해' 등으로 좁히는 최종안으로 처리했다. 다만 논란이 됐던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조항은 그대로 담겼으며, 명예훼손죄의 친고죄 전환 조항은 삭제됐다. 민주당은 향후 형법 개정과 함께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을 '슈퍼 입틀막법'으로 규정해온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약 12시간에 걸친 필리버스터를 통해 "국민의 자유로운 여론 형성과 정부 비판을 봉쇄하기 위한 법"이라며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 손해액의 몇 배에 이르는 징벌적 배상, 이런 조항이 실제로 누구를 위한 것인가. 거대 권력자가 아닌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 탐사보도를 하는 기자, 사회문제를 지적하는 시민, 유튜버와 1인 미디어, 평범한 국민을 겨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명백한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업단체와 시민사회에서도 우려가 쏟아졌다.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등은 공동성명에서 "허위·조작정보를 법으로 규제하는 이상 표현의 자유는 훼손될 것이고, 징벌적 손배가 도입된 이상 권력자의 소송 남발로 인한 언론자유 위축은 막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참여연대도 "애초 국가가 나서서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판단하고 이에 대한 유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법 취지 자체가 적절하지 못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학계에서도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본지에 "여당 주도로 통과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와 충돌 가능성이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방지할 제도적 수단이 생겼다고 자평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권리를 지키고 정보 생태계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책임 있는 한 걸음"이라고 말했다. 

이 개정안을 대표발의 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악의적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현행법 논리에 막혀 5배 이내로 가중 배상을 정한 게 못내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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