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환율에 유류·리스·정비비 부담 급증
노선·좌석·부가수익으로 '체력전' 돌파 시도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최근 외환당국의 고강도 개입으로 일부 조정이 있었지만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항공업계의 수익성 압박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등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항공업계는 고환율 장기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경영 전략 수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0.1원 오른 1449.9원에 개장했다. 이번 주 초 1480원대까지 치솟으며 고공행진하던 환율은 지난 24일 외환당국의 고강도 구두 개입 메시지에 1440원대로 급락했지만 여전히 1400원대 중반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파라타항공_비즈니스 스마트 클래스 좌석./사진=파라타항공 제공

◆ 고환율에 '휘청'…LCC 실적 압박 가시화

항공업계는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 해외 정비비 등 주요 비용의 상당 부분이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환율 상승 시 원화 기준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항공기와 주요 기자재를 달러로 리스하면서 대규모 외화부채를 안고 있는 점도 환율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LCC들은 항공기 리스 비중이 높아 외화 환산 손실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수백억 원 규모의 외화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LCC들의 실적 부진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진에어의 4분기 영업이익은 47억 원 손실, 제주항공은 304억 원 손실이 예상된다. 티웨이항공은 373억 원, 에어부산은 140억 원의 영업손실이 전망된다.

고환율과 공급 과잉, 수요 둔화가 동시에 겹치면서 업계 전반이 비용 통제와 재무 안정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체력전'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 LCC 전략 재편 본격화…가격 경쟁 넘어 수익 구조 다변화

LCC들은 단순한 가격 인하 경쟁에서 벗어나 각사만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좌석 서비스 강화와 부가수익 확대를 위한 상품 다양화가 대표적이다. 신생 LCC 파라타항공은 비즈니스 스마트 좌석을 도입해 편의성을 높이고, 특정 노선에서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결합해 수익 구조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기체 현대화와 안전성 강화도 중요한 전략 축이다. 제주항공은 정비 지연율 개선과 평균 기령 축소를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으며, 진에어는 비행 업무 통합 관리 시스템과 시뮬레이터 투자로 운항 안정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티웨이항공 등은 화물 운송 확대를 통해 추가 수익원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환율 변동성은 구조적 요인과 글로벌 금융 환경이 맞물리면서 단기간에 안정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재무 여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형 항공사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고, 이는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이나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는 공급 과잉과 좌석 경쟁으로 출혈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데, 고환율 환경에서는 수익성 훼손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며 "결국 서비스 차별화나 노선 전략, 부가수익 확대처럼 구조적으로 수익성을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생존이 쉽지 않은 국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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