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올해 새롭게 출범함에 따라, 금융권은 가계부채 총량 관리 강화, 생산적·포용 금융 강화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더욱이 이 대통령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좀 더 싸게 돈을 빌려주면 안 되냐"라고 발언한 데 이어, 최근에는 금융을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라며 강한 문제의식을 표하기까지 했다. 이에 은행들이 포용금융 강화에 힘쓰면서 신용점수별 금리 역차별 현상은 벌써 포착되고 있는데, 건전성·수익성을 두루 잡아야 하는 금융권의 고심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의 포용금융 요구가 금융권 전반에 노골화되면서, 최근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금리가 중·저신용자보다 높은 이례적인 상황이 거듭 연출되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과 더불어 매년 포용금융 목표치를 충족해야 하는 인터넷은행에서도 금리왜곡 현상이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고신용자가 대출시장에서 역차별받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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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와 금융당국의 포용금융 요구가 금융권 전반에 노골화되면서, 최근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금리가 중·저신용자보다 높은 이례적인 상황이 거듭 연출되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과 더불어 매년 포용금융 목표치를 충족해야 하는 인터넷은행에서도 금리왜곡 현상이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고신용자가 대출시장에서 역차별받는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8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4.02~4.38%로 전달 연 4.00~4.42% 대비 금리 상단이 하락했다. 은행에 따라 금리가 상승한 곳도 있었는데, KB국민은행이 연 4.00%에서 4.02%로, 우리은행이 4.17%에서 4.26%로, 하나은행이 4.12%에서 4.22%로 각각 상승했다. NH농협은행은 4.42%에서 4.35%로, 신한은행은 전달에 이어 10월에도 연 4.38%를 유지했다.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이 평균금리를 일괄 인상한 것인데, 주로 고신용자에게 금리를 인상하고 저신용자에게 우대혜택을 제공했다. 가령 신용점수 1000~951점(KCB기준)의 가계대출 금리는 △KB국민 3.89→3.96% △신한 4.11→4.23% △하나 4.07→4.16% △우리 4.09→4.16% △NH농협 4.25→4.19%를 각각 기록했다. 농협을 제외한 4대 은행의 최고신용자 금리가 일제히 상승한 것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1000~801점까지 대출금리를 일괄 인상한 반면, 800점 이하부터 대출금리를 인하했다. 800~751점 대출자 금리를 4.58%에서 4.46%로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650~601점 7.32→5.12% △600점 이하 8.53→5.27%로 각각 인하했다. 600점 이하 최저신용자의 대출금리를 약 3.2%p 이상 대폭 인하해준 것이다.
신한은행은 1000~651점까지 대출금리를 일괄 인상한 반면, 저신용자인 650점 이하부터 일괄 인하했다. △650~601점 7.72→7.56% △600점 이하 7.49→5.48%를 각각 기록했다.
하나은행도 1000~601점의 대출금리를 인상하면서도 600점 이하만 금리를 감면했다. 특히 700~651점 금리는 4.86%에서 5.31%로 약 0.45%p 급등한 반면, 600점 이하에서는 7.02%에서 6.45%로 약 0.57%p 하락해 괴리가 컸다.
농협은행은 1000~801점의 고신용자, 중신용자 대출금리를 일괄 인하했는데, 이후 800~751점에서 금리를 4.88%에서 5.07%로 인상했다. 하지만 750~601점 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비교군 중 유일하게 전 구간 대출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 왜곡은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에서도 두드러졌다.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3.78~4.94%로 전달 연 3.72~4.80% 대비 금리 상·하단이 일제히 상승했다. 다만 신용점수별로 보면 상황이 달랐다.
대표적으로 토스뱅크에서는 유독 중·저신용자 금리인하가 두드러졌다. 중신용자(약 660~899점) 금리는 △900~851점 3.98%→3.96% △850~801점 4.28%→4.11% △800~751점 4.55%→4.29% 등으로 인하했다. 특히 저신용자 구간에서는 △700~651점 5.37%→4.99% △600점 이하 7.42%→5.71% 등 금리인하폭이 가장 컸다. 반면 초고신용자인 △1000~951점 3.47%→3.60% △950~901점 3.55%→3.71% 등으로 금리가 도리어 인상됐다.
카카오뱅크는 900점 이상의 고신용자와 750점 이하의 중저신용자 금리를 일괄 인하한 반면, 751~850점 구간의 대출금리를 크게 올렸다. 이에 650~601점 신용자의 10월 평균 대출금리는 연 4.90%를 기록해 850~801점 연 5.71% 대비 훨씬 낮았다.
케이뱅크는 시장흐름에 따라 점수구간별로 일괄 금리인상을 단행했는데, '650~601점'에서만 금리를 0.34%p 인하해 6.26%를 기록했다. 이는 750~651점 신용자보다 낮은 금리다.
은행들의 이 같은 금리왜곡 현상은 그동안 정부·금융당국의 포용금융 요구를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이재명 정부도 포용금융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금리왜곡은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초저금리로 대출받는 고신용자들에게 0.1%만이라도 이자 부담을 더 시키고, 그중 일부로 금융에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좀 더 싸게 돈을 빌려주면 안 되냐"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발언을 의식해 이달 19일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인터넷은행의 전체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 신규취급 비중을 현행 30%에서 오는 2030년까지 35%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은행 이익을 재원으로 한 새희망홀씨 공급 목표는 올해 3조 5000억원에서 2030년까지 6조원으로 약 71.5% 불어날 전망이다.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한 금융감독원은 중·저신용자를 위한 포용금융 확대 의지를 드러내면서, 상생금융팀을 은행감독국 산하 '포용금융팀'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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