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삼성문화재단은 2026년 파리 시테 국제예술공동체(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레지던시 입주 작가로 한재석과 임영주를 선정했다.
이번 입주자 모집에는 회화, 조각, 사운드, 영상, 퍼포먼스,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연구자 총 237명이 지원해 역대 최다 지원자 수를 기록했다. 입주자 선정은 포트폴리오와 지원 서류를 바탕으로 1·2차 심사를 거쳐 진행되었다. 기존 작업의 독창성과 예술적 깊이, 파리 레지던시 경험을 통한 작업의 확장 가능성, 입주 기간 동안의 구체적인 프로젝트 계획, 파리 현지 기관 및 작가들과의 교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한재석 작가는 음향 장치를 기반으로 ‘되먹임(feedback)’ 현상에 주목한 사운드 설치와 퍼포먼스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는 루프 구조에서 반복되는 소리로부터 파생되는 미세한 변화를 단순한 기술적 현상이 아닌 자율적 리듬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반복과 변형의 구조는 무한히 순환하는 시간 속 유한한 인간의 시간에 대한 사유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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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도 삼성문화재단의 파리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선정된 한재석(왼쪽)과 임영주. /사진=삼성문화재단 제공 |
레지던시 기간 동안 파리 음향 환경과 일상의 리듬을 채집해 다채널 피드백 시스템으로 순환시키고, 이를 사운드 설치 작업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음향·음악 연구 및 조정 연구소(IRCAM), 프랑스 실험음악·음향 아카이브 및 연구소(INA-GRM) 등 파리의 주요 사운드 연구 기관과의 교류 및 협업을 계획하고 있다.
임영주 작가는 과학과 합리성이 절대적 기준처럼 작동하는 사회 속에서, 여전히 지속되는 미신이나 종교적 믿음과 같은 신념들이 어떻게 생성되고 수용되는지 탐구한다. 그는 VR, AI 프로그래밍, 3D 스캔 등 다양한 현대 기술을 활용해 현실 너머의 세계, 죽음, 종말, 외계 등 ‘불확실성의 확실성’을 꾸준히 다뤄왔다.
레지던시 기간동안 작가는 파리 도심의 오래된 골목과 묘지, 지하 공간, 메마른 강줄기 등 이미 사라졌거나 흔적만 남아 있는 장소들, 즉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공간들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360도 영상과 VR실험을 통해 현재의 공간과 기록된 과거의 흔적을 교차시키는 작업을 구상한다. 이 작업을 통해 하나의 장소가 여러 시간대를 동시에 품는 조건을 만들고, 도시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감각적, 신념적 층위를 재배치해 ‘길들여진 시간’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2026년 파리 시테 레지던시에 선정된 한재석, 임영주 작가는 각각 2026년 4월부터 9월 말, 2026년 10월 초부터 2027년 3월까지 입주해 활동할 예정이다. 삼성문화재단은 선발된 입주 작가들에게 항공료, 체재비, 활동 지원비 등을 지원한다.
삼성문화재단의 파리 시테 레지던시 지원은 1996년부터 운영되어 온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파리에 위치한 시테 국제예술공동체의 작업실을 기반으로 한국의 역량 있는 작가들이 국제적인 창작 환경 속에서 장기적으로 작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현재까지 조용신, 윤애영, 금중기, 한성필, 로와정, 전소정, 오민, 김아영, 염지혜, 강민숙, 박지희, 장효주, 이은새 등 총 27명의 작가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파리에서 활동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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