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 일변도 전략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내연기관 등을 포함한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전기차(EV) 수요 둔화와 보조금 축소, 중국 브랜드의 저가 공세가 겹치면서 기존 전동화 전략의 전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가별로 전기차 투자 축소와 강화가 엇갈리며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어 이 같은 전략 전환이 향후 글로벌 미래차 주도권을 가를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3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전기차 투자 계획을 조정하거나 축소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중국과 한국은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며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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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 |
◆ 전기차 '올인' 전략 철회…전략 수정·구조조정 확산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확장할 것이라는 기대 아래 지난 수년 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수요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등 정책 지원이 축소되면서 전기차 중심 전략의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GM과 포드 등 미국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축소하고 HEV·PHEV 등 다양한 구동계 옵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일본 닛산 역시 생산 구조 재편과 공장 통폐합을 검토하는 등 전기차 중심 전략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독일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공장 폐쇄를 결정하며 유럽 내 구조조정 신호탄을 쐈다. 한때 전동화 전환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유럽 자동차 산업이 수요 둔화와 에너지 비용 상승, 규제 부담이라는 현실 앞에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수요 확대 속도가 예상보다 느린 데다 충전 인프라 부족, 전력 비용 부담, 정책 불확실성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단일 파워트레인 전략은 리스크가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을 병행해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으로의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단일 기술에 대한 ‘올인’보다는 복수의 선택지를 유지하는 쪽이 수익성과 위험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과 정책 환경 변화에 따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을 병행할 수 있는 구조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단기 수익성과 중장기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 조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현대차그룹, EV·HEV 병행 속 투자 공세까지
유럽과 미국, 일본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며 방어적 전략으로 선회하는 것과 달리 중국과 한국은 전동화 투자 기조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에서도 선제 투자를 통해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캐즘에 대응해 HEV 라인업을 현재 8종에서 2030년까지 18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기아 역시 6종인 HEV 라인업을 2030년까지 10종으로 늘릴 방침이다. 제네시스도 내년부터 하이브리드 모델을 순차적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설비 투자와 생산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6~2030년 5년간 국내에 125조2000억 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으며,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신축과 수소연료전지 공장 건설, 기아 PBV 전용 공장 가동 등을 통해 미래차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전기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생산과 수출을 빠르게 늘리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BYD는 헝가리·터키·스페인 등에 공장을 건설하며 유럽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고, 지리와 상하이자동차 등도 유럽 내 생산시설 설립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축소·방어' 전략을 택한 유럽·미국·일본과 '확대·공세' 전략을 펼치는 중국·한국으로 양분되는 모습이다. 전동화라는 큰 방향성은 유지되지만 그 속도와 방식은 지역별 산업 구조와 시장 환경에 따라 뚜렷하게 갈라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으로 나라별 전동화 전략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면서 "기술 경쟁력과 생산 역량을 동시에 확보하는 기업이 중장기 경쟁 우위를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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