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 연임 관행을 두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연임이 반복되면 차세대 후보군이 몇 년씩 기다리게 된다"며 "그러면 그분들도 결국 에이징이 와서 '골동품'이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원장은 5일 본원 브리핑실에서 출입기자단과 만나 BNK금융지주 수시검사 조기 착수 배경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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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 연임 관행을 두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연임이 반복되면 차세대 후보군이 몇 년씩 기다리게 된다"며 "그러면 그분들도 결국 에이징이 와서 '골동품'이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
이 원장은 "차세대 리더십을 내세우는데 금융지주 회장들이 너무 연임해 (정작 그 후보들이) 6년씩 기다리다보면 그게 무슨 차세대 리더십이냐"며 "세월이 지나면 지나면 골동품이 된다"고 비판했다.
BNK금융은 지난달 8일 빈대인 현 회장의 연임을 결정했는데, 이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업무보고 자리에서 "곳곳에서 투서가 들어오고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지적 이후 금감원은 당초 예정보다 검사시기를 앞당겼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 조사는 연말부터 나가 있고, 절차적인 정당성 부분을 중심으로 볼 것"이라며 "(회장 선임 과정이) 절차적으로 굉장히 조급하고, 투명하게 할 부분들도 굉장히 많았는데 왜 저랬을까에 관한 절차적인 문제 제기를 하시는 후보자였던 분들이 많다"고 운을 뗐다. 이에 1차 수시검사 결과가 9일께 나올 전망인데, 이후 추가 검사여부도 살펴볼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검사결과가 후보자의 지위를 좌우하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 금융지주사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BNK)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지배구조개선 TF와 같이 연결해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결해보려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미국계 투자은행(IB)이 운영하는 이사회를 언급하며, 현장 중심의 전문가로 이사회를 꾸릴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JP모건의 경우 이사회 멤버에 경쟁업체 이사들이 자리하고, 대학 교수들도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이사회가 교수 중심으로 꾸려진 점을 전면 지적한 셈이다.
이 원장은 "주주들의 이익에 충실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게 자본주의 시장에 맞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생각은 정부에서도 갖고 있는 것 같고 저희도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원장은 금융지주사의 회장-이사회 간 관계를 참호구축으로 규정하고 천편일률적인 의사결정을 비판한 바 있는데, CEO가 제왕적 힘을 가지는 만큼 사외이사도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불가하다는 입장을 이날 재차 피력했다.
사외이사 투명성·공정성 부족…국민연금 추천자 배정되나?
금융지주 사외이사에 국민연금 추천 인사 배정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남겼다. 앞서 이 원장은 이달 중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TF를 출범하는 동시에, 국민연금 추천 사외이사 선임의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 같은 입장이 공개되자, 시장에서는 관치금융 및 연금 사회주의를 우려하는 시각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정부 문제의식의 본질은 이사회의 독립성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사 선임 거버넌스 구성 시 선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CEO 선임 과정에서의 절차적 투명성·공정성 △특정 CEO 중심 이사진 임기 구성 등을 핵심 3대 문제로 거론했다.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금융권과 합동 TF를 운영해 문제점을 파악한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다만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주주의 이익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대변할 수 있는 주주 집단에 추천하는 그런 이사가 들어오는 게 좀 바람직하지 않겠냐라는 거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쪽에서 거버넌스를 판단해야 될 부분이다. 제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그런 입장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연금 사회주의 논란을 의식한 듯, 추가 해명도 덧붙였다. 이 원장은 "연금 사회주의 논쟁은 사실과 거리가 먼 게 금융회사의 성격 자체가 매우 공공성이 있는 부분이고 상대적으로 오너십이라는 개념이 없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업이다"며 "본질적인 부분을 고려한다면 그 어떤 상장 법인보다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거버넌스가 구성되고 운영돼야 하는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쿠팡 결제정산·이자율산정 비정상…"갑질 아닌가"
쿠팡의 대규모 해킹사태를 계기로 범정부가 쿠팡에 칼을 겨누는 가운데, 금감원은 쿠팡 자회사인 파이낸셜·페이 등에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아직 구체적인 검사결과가 나온 게 없다면서도, 쿠팡의 영업행태를 두고 '갑질'이 의심된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쿠팡파이낸셜의 경우 좀 의아했던 부분이 (다른 유통 플랫폼과 달리) 여기는 이상하게 한 달 이상 결제 주기가 굉장히 길더라"면서 "이자율 산정에서도 납득이 안 가는 기준들을 적용하는 게 매우 자의적이고, 결과적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비춰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 부분은 정밀하게 점검하고 검사로 전환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상도덕적으로 소위 갑질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고 부연했다. 또 검사결과는 추후 밝힐 것임을 시사했다.
또 쿠팡페이 현장점검을 오는 9일까지 연장한 것에 대해서는 "현재 결제 정보가 유출됐다고 보는 부분은 없다고 하는데 그 부분이 과연 어떻게 됐는지를 지금 점검하고 있다"며 "쿠팡에서 쿠팡페이로 오는 정보와 쿠팡페이에서 쿠팡으로 가는 부분을 서로 크로스 체크하고 있어 지금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또 이 원장은 쿠팡 사태를 계기로 대형 유통 플랫폼도 금융회사 수준으로 감독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을 피력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놨다. 이 원장은 "유통 플랫폼이 이제 우리 삶에 일부가 아닌, 거의 뗄 수가 없는 관계로 깊이 들어오고 있지 않느냐"며 "법률적으로 거래의 성격은 전자상거래의 범주고, 이 전자상거래는 결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걸로 돼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결제는 전자금융 거래의 영역으로서 금융업의 규제를 받는 영역이지만, 몸통이 전자상거래업체인 터라 규제 예외영역으로 꼽힌다.
이번 쿠팡사태처럼 전자상거래업체에서 대규모 사이버 보안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당국이 손놓고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이 원장은 전자금융업을 병행하는 유통 플랫폼에 금융업권과 동일한 수준의 감독기준·제재를 가해야 이들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보안 관리를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금감원도 올해 제도 개선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공운위 공공기관 지정 우려…"지정 반대 변함 없어"
한편 재정경제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이달 말께 금감원의 신규 공공기관 편입을 판단할 예정인 가운데, 이 원장은 취임 당시 입장에 따라 지정 반대를 고수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공공기관 지정에 상당한 문제의식이 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저희는 사실 독립성이 상대적으로 그렇게 높지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산과 조직에 관한 자율적인 조직권, 재정에 관한 자주성도 지금 없다"며 "한국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고 강조헀다.
또 "기본적으로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과 관련된 것, 중립성 자율성과 관련된 부분들은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가치로 요구되는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다"며 "공공기관 지정은 아마 안 될 것이라고 저는 기대,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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