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정부가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 등 각종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사랑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새해 들어 불과 일주일 만에 2조원이 넘는 돈을 미국 증시에 쏟아부으며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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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 등 각종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사랑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ker)에 따르면, 2026년 새해 첫 주인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15억115만달러(약 2조1833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의 순매수 결제액인 18억7385만달러에 육박하는 수치다. 불과 일주일 만에 지난 한 달 치 쇼핑을 거의 다 끝낸 셈이다. 지난해 12월 하순, 대주주 요건 회피 등을 이유로 매도 우위를 보였던 서학개미들이 해가 바뀌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다시 미국 시장으로 질주하고 있다.
서학개미들의 장바구니는 여전히 ‘고수익 기술주’로 채워졌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역시 ‘테슬라’였다. 이 기간 테슬라 순매수 규모는 3억7416만달러에 달했다. 눈에 띄는 점은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인 ‘TSLL(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이 2억8104만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어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1억6494만달러)가 순매수 2위에 올랐다. 이는 즉 국내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수익보다는 변동성이 크더라도 확실한 ‘한 방’을 노리는 공격적인 성향을 띠고 있음을 보여 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해외주식 투자자 국내 복귀 유도 정책’이 벌써부터 암초를 만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고환율 안정과 국내 증시 부양을 위해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주는 등의 세제 지원안을 발표했다. 다음 달에는 이 혜택을 담은 ‘국내투자 복귀계좌(RIA)’ 출시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투자자들은 “세금을 조금 깎아주는 것보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성장성을 따라가는 것이 자산 증식에 훨씬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코스피 지수가 46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쓰고 있지만, 삼성전자 등 일부 대형주에만 수급이 쏠리는 ‘착시 현상’이 심한 데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지배구조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증시의 유동성 자체가 마른 것은 아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7일 기준 89조765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잔고 역시 27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자금의 성격이다. 국내 증시 자금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단타성’ 자금의 성격이 짙어지는 반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는 여전히 미국 시장이 선택받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서학개미들의 귀환은 자본이 더 높은 기대 수익률을 쫓아 이동하는 지극히 합리적인 현상”이라며 “단순한 세제 혜택이라는 당근책만으로는 이미 눈이 높아진 투자자들을 유턴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상법 개정 등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국부 유출 논란만 반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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