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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부 김견희 기자 |
[미디어펜=김견희 기자]호황 맞은 반도체를 둘러싼 정치 논리가 국가 전략 산업의 시간표를 흔들고 있다.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론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업계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기후에너지부 장관이 반도체 산단의 호남 이전 가능성을 언급하자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이 성명을 내면서 갈등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급기야 청와대가 나서 이전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정부가 국가 전략 산업으로 꼽은 K-반도체의 '세계 2강'을 위한 시작점이다. 산단 조성 선두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섰다. 삼성전자는 약 728만 ㎡(220만 평) 부지를 확보, 360조 원에 이르는 투자를 통해 대규모 팹 6기와 3기의 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며 2030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SK하이닉스 역시 약 415만㎡(125만 평) 부지에 팹 4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용인 산단에 투자하는 사업비는 최소 48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월 첫 팹 공사에 착공했으며, 2027년 5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이 밖에도 80개 이상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시너지를 업계에선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산단은 전기와 물이 필수요건이다. 특히 반도체는 0.01초 짧은 정전에도 수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초정밀 공정 산업이다. 클린룸을 유지하려면 공기 정화와 항온, 항습 설비는 물론이고 물 또한 초순수로 웨이퍼를 세정해야만 한다.
당초 용인이 부지로 선정된 이유도 필수 요건인 전력 안정성과 수계 품질 관리 체계가 동시에 충족해서였다. 용인은 팔당댐·남한강 등 한강 수계를 배후에 두고 있으며, 전력망 역시 송전선로와 변전소 밀도가 높다. 특히 수도권 전력 계통은 다중 구조가 발달해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전력 우회 공급이 가능하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는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을 맞았다. 글로벌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생성형 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급증하는 고객사의 수요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논란은 방향을 흐린다. 반도체 산업은 표심을 겨냥한 메시지로 다뤄질 사안이 아니라, 시간과 신뢰를 전제로 한 국가 전략의 영역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 간 유불리를 따지는 경쟁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투자를 흔들림 없이 완주할 수 있는 일관성이다. 1980년대까지 반도체 시장 우위를 점했던 일본도 투자 타이밍을 놓쳐 패권을 잃은 역사가 있다.
호황의 파고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올해 6월3일에는 지방 선거가 열린다. 반도체의 시간표가 선거 일정에 맞춰 조정될 리가 없다. 정치의 시간이 산업의 시간을 앞서는 순간, K-반도체를 세계 2강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골든타임을 허무하게 흘려보낼 수 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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