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앞두고 하청노조 교섭 요구 확산
금속노조, 원청교섭 요구 원년 선포하며 산업계 압박
정부, 의견 청취에도 불안…시행령 개정안은 노조에 유리
[미디어펜=박준모 기자]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 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법이 본격 시행될 경우 하청노조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노란봉투법 해석 지침과 관련해 경영계의 의견을 청취하며 일부 보완에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산업계에서는 법의 큰 틀 자체가 유지되는 만큼 실질적인 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면서 산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손경식 회장을 비롯한 경제 6단체장(왼쪽)과 노조법 2,3조 개정안 운동본부와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노란봉투법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오는 3월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노조의 합법적인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계 내에서는 이 법안에 대해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행까지 약 한 달 반이 남았지만 하청노조의 압박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먼저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를 상대로는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울산), 전주비정규직지회, 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남양비정규직지회가 교섭을 요구했다.

현대모비스 상대로는 충남지부 현대모비스아산지회, 현대모비스천안지회, 현대모비스서산지회, 현대모비스아산물류지회가 교섭을 요청했다. 현대제철을 상대로도 충남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등이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뿐만 아니라 한화오션 하청노조인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도 한화오션에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하청 노동자에게도 원청과 동일한 성과급 기준을 적용하기로 결정했으나, 하청노조는 추가로 교섭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최근 열린 민주노총 신년 수도권 결의대회에 참석해 올해를 원청교섭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상만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결의대회에서 “금속노조 18만 조합원은 민주노총 제일 앞에서 원청교섭을 요구하고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또 금속노조는 최근 산하 하청노조에 원청을 대상으로 직접 교섭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산업계 내에서는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의 업종에서는 수백 개의 하청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교섭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 관계자는 “법안 시행 전부터 교섭 요구가 나오고 있는데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보다 많은 곳에서 교섭 요구를 받을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과 투자 등 본업보다 교섭 대응에 매달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 의견 지속 전달…“기대감은 낮아”

정부는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지만 산업계 내에서는 큰 틀에서의 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노동부는 다음 달 6일까지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재입법예고를 실시한다. 내용을 보면 오히려 노조 쪽에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는 원청노조와 하청노조가 사측과 별도로 교섭할 수 있으며, 하청노조 내에서도 ‘근로자 간 이해관계’에 따라 교섭 단위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재입법예고안을 보면 ‘노조 간 이해관계’에 따라 교섭 단위가 분리될 수 있다. 이로 인해 하청노조들이 교섭 단위를 나눌 수 있는 문턱이 낮아지면서 결과적으로 교섭 단위 분리가 이전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원청이 상대해야 할 하청노조 수가 늘어나고, 교섭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정부와 재계가 노란봉투법의 해석 지침을 놓고서도 의견을 나눴지만 여전히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해석 지침을 보면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 시간이나 작업 방식 등을 구조적으로 통제하면 하청노조가 교섭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안전관리에 나설 경우에도 구조적 통제가 인정되면서 교섭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에 재계는 안전관리에 대해 구조적 통제에서 제외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정부 측에서는 별다른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재입법 예고기간 동안 노사 의견을 수렴해 법 시행일자에 맞춰 시행령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다만 산업계 내에서는 노조의 입장이 보다 폭넓게 반영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에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고 있지만 산업계 의견이 반영된 것을 많지 않다”며 “시행 전까지 지속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겠지만 기대감이 크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