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독일에서 미국에 보관 중인 금을 본국으로 회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세 압박과 그린란드 파동 등 유럽을 위협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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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미국에 보관 중인 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사진=gemini 생성 |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독일 경제 전문가들과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뉴욕의 연방준비제도 지하 금고에 보관된 독일의 금을 송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금 보유국이다. 하지만 독일이 보유한 전체 금 가운데 37%인 약 1천236톤, 시세로는 1640억 유로(282조 원)이 뉴욕에 예치돼 있다.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조사국장 출신의 경제학자 에마누엘 뫼른히는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에 그렇게 많은 금을 보관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고 지적하며 "미국으로부터 전략적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금 송환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의견에는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신뢰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령인 그린란드 매입을 시도하며 이에 반대하는 독일 등 유럽 8개국에 관세 보복을 위협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미하엘 예거 유럽납세자연맹(TAE) 회장은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하며 수익 창출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인물"이라며 "이것이 우리 금이 더 이상 연준 금고에서 안전하지 않은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의 그린란드 도발이 계속된다면 독일 중앙은행이 금에 접근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커진다"며 독일 재무부와 중앙은행에 금 송환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금 송환 이슈는 독일 제1야당이기도 한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애국심 마케팅 차원에서 주장하는 등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류 경제계와 진보 진영으로도 확산 중이다.
카타리나 베크 녹색당 재정 담당 대변인은 "금이 지정학적 분쟁의 볼모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울리케 네이어 뒤셀도르프대 경제학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로 인해 미국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신중한 자세다. 슈테판 코르넬리우스 정부 대변인은 금 송환은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클레멘스 푸스트 독일 ifo 경제연구소장도 "금 회수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현재 상황에서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디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들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 내부에서조차 금 회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전통적으로 달러 패권을 통해 구축된 글로벌 금융체계에 대한 접근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적대적인 국가를 압박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이들 수단은 점점 더 자국 우선주의를 실현하는 데 점점 노골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라크 차기 정부에 친이란 인사들이 포함될 경우 이라크의 원유 수출대금을 동결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라크는 원유 수출 대금 대부분을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개설된 이라크 중앙은행 계좌에 보관 중이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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