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언급 및 보유세 강화 시사
당혹스런 시장 "세금으로 안 잡는다더니"…효과 여부 갸우뚱
부동산 세제, 단순 세율 인상 문제 아냐…중장기적 검토 필요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재확인한 것은 물론 보유세 강화까지 시사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대통령으로서는 높아지는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세제는 장기적이고 복잡한 사안이라며 즉흥적인 개편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 이재명 대통령이 5월 9일 만료를 앞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에 대해 재연장은 없을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사진=이재명 대통령 X 캡처

◆대통령의 갑작스런 부동산 세제 발언, 시장은 당혹

지난 25일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글을 잇달아 올렸다. 이 대통령은 오는 5월 9일로 예정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언급하며 "재연장하는 법 개정을 또 하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라고 밝혔다. 

또한 양도세 중과 재개에도 다주택자들이 버티기로 나설 수 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팔면서 내는 세금보다 들고 버티는 세금이 더 비싸도 그렇게 할 수 있겠냐"며 보유세 강화를 암시했다. 보유세 중 국세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문재인 정부 때 다주택자 종부세 최고세율이 6%, 공정시장가액비율도 95%까지 올랐으나 윤석열 정부에서 모두 완화된 바 있다. 

더불어 "1주택이라도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이라면, 장기보유했다고 세금을 감면해주는 건 이상하다"며 1주택자 장기보유 특별공제 축소도 암시했다. 

대통령이 보유세 등 부동산 세금 문제를 꺼내들자 시장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대통령 발언 다음날 수원 영통구 내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 집을 내놔도 괜찮겠느냐는 집주인들의 전화가 여러 차례 왔다"면서 "5월 9일까지 시간이 촉박한만큼 얼른 팔아야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매매 성사 여부 가능성에 대해서는 장담하지 못했다. 해당 공인중개사는 "서울과 마찬가지지로 영통구는 토지허가거래허가제(토허제)로 묶여서 실거주자 아니면 살 수가 없는 데다 대출 규제로 매수자도 많지 않다"며 "매매를 어렵게 해놓고 세금을 올린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소유하고 있자니 향후 보유세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집주인들로서는 고민이 커지고 있다.

◆세금 올려서 집값 잡을 수 있나…문재인 정부 '시즌2' 되나

부동산 현장에서 거래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현재 서울 25개구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허제로 묶인 데다 대출이 줄고 금리까지 높기 때문이다.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부담인 상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예정대로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고 비거주 1주택자 장기보유 특별공제까지 배제한다면 매도자 입장에서는 팔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토허제 적용 지역인데 세입자도 내보내야 한다면 매매는 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세금이 오른다고 해서 정부에서 의도하는 대로 다주택자 등이 집을 내놓을 가능성은 적다는 게 중론이다. 

   
▲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세금에 관해 언급하면서 시장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

자칫 집값을 잡겠다며 세금을 올렸으나 오히려 가격이 급등한 문재인 정부 시절이 다시 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가 강화되면 시장거래 등의 침체와 부진이 불가하다"며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면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와 수요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미 과거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부동산은 기능재가 아닌 지위재로 바뀔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부동산 시장이 망가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보유세 등 세금을 크게 올리면 부동산 시장 기능이 올스톱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 집값 오름세에 조급해졌나?…중장기적 접근해야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던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부동산 세금을 언급한 이유에 대해 시장에서는 최근 집값 상승이 심상치 않다고 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월 첫째주 0.18% 상승했지만 둘째주에는 0.21% 오르더니 셋째 주(19일 기준)는 0.29% 상승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때문에 정부가 집값 오름세에 조급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6일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당연히 정책실 등에 검토시킨 뒤 보고를 받으셨을 테고 즉흥적으로 하셨을 리는 만무하다"고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세금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세제는 세율만 올리고 내린다고 해서 완성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 1주택자와 지방 다주택자의 형평성, 주거용 오피스텔의 주택 수 포함 여부, 청약 시 무주택으로 간주했던 빌라 등 소형저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청약 자격 문제 등 다양한 사안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박합수 교수는 "부동산 세금을 건드리려면 기존의 1주택자, 다주택자, 실수요자 등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며 "이는 단순히 세율을 내리고 올리는 게 아닌 매매, 청약 등 부동산 제도 전반을 개편해야 하는 일"
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연구 용역 후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시장에 혼란과 조세저항이 커지는 만큼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