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촉진 위한 카드…글로벌 빅파마 미국 투자 기조 지속
투자 여력 없는 제약사, 약가인하와 관세 리스크로 피로도↑
[미디어펜=박재훈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재인상 발표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지 불명확한 가운데 선제적인 투자 여부에 따라 기업 간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2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한국산 의약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비준 지연에 대한 압박으로 분석된다.

다만 실제 관세 부과를 위해서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공식 조사 결과 발표와 행정 절차가 필요해 즉각 적용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아직 의약품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미국의 232조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라 즉각적으로 25% 관세율이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생산시설 인수를 완료해 대응책을 마련했다. 또한 셀트리온은 해당 시설을 오는 2028년까지 6만6000ℓ에서 9만9000ℓ로 증설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는 총 13만2000ℓ 규모로 확대하고 미국 내 R&D(연구개발) 센터도 조성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지난 12월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의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공장 인수를 발표했으며 올해 3월 내 인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재의 CDMO(위탁개발생산) 중심 사업구조에서 자체 생산능력을 갖추게 돼 관세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바이오팜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내 제품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코스프리)를 판매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는 미국 영토로 분류되는 만큼 해당 시설로 관세 리스크를 해소한다는 복안이다.
반면 중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우려는 커지는 중이다. 미국 현지 생산시설 확보 능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관세 부과 여부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다. 여기에 국내 약가인하 정책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5% 관세 시행에는 무게가 떨어지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기업들 입장에서는 피로감이 높은 상황이기도 하다. 또한 투자 여력이 없는 기업들의 경우 미국 진출이 제한적이고 현지 생산시설 확보를 위한 비용 부담도 크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정부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즉시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개최했으며 주요 통상 담당자를 미국에 파견해 실무 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25% 관세 발표를 협상용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관세율이 200%, 100%, 15%, 25%로 수차례 변동했고 실제 이행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다만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 현지 투자를 경쟁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는 관세 여부와 무관하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일라이 릴리는 5년간 27억 달러, 로슈는 50억 달러를 미국 생산시설에 투자하기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의약품 공급망의 온쇼어링(자국 내 제조·서비스 기능 수행) 기조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도 구조적 변화에 발맞춰야 할 필요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5% 관세가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미국 현지 생산으로 재편되는 추세는 피할 수 없다"며 "이미 투자를 마친 대형사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들도 신속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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