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글로벌 빅파마들이 올해 특허 절벽 대응을 위해 M&A(인수·합병) 전략 수정에 나섰다. 초기 파이프라인 중심 M&A 전략 대신 상업화 직전의 검증된 자산 인수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리스크가 높은 기존의 인수 전략 대신 자본 효율성을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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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 제약사들이 핵심 의약품의 독점권 상실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일라이 릴리 로고./사진=연합뉴스 |
4일 업계에 따르면 사노피, 머크, 일라이 릴리, BMS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거래 방식이 변화되면서 M&A 시장 규모가 1796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빅파마들도 검증된 대형 거래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해당 방식의 M&A 재편은 지난 팬데믹 사태 이후 '다윈식 리셋'으로 불리는 시장 조정 과정에서 비롯됐다. 고위험 초기 파이프라인 투자의 높은 실패율과 개발 비용 상승으로 인해 빅파마들이 실패 비용 최소화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과거처럼 초기 임상 1상 단계의 기술을 확보하기 보다 2·3상을 진행 중이거나 규제 승인 직전의 제품 또는 플랫폼 기술을 선호하는 추세가 가속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노피는 지난해 6월 희귀 면역질환 치료제 '아이바키트'를 보유한 블루프린트 메디신스를 인수했다. 해당 계약은 95억 달러 규모였다. 동시에 사노피는 B형간염 백신 및 대상포진 후보물질을 보유한 다이나백스 테크놀로지스를 22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백신·면역학 포트폴리오 즉시 강화에 나섰다.
머크는 지난해 7월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 희귀종양 치료제 2개를 보유한 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를 39억 달러에 인수해 희귀 질환 시장 확대를 도모했다.
스프링웍스는 데스모이드 종양 치료제 오그시베오, 1형 신경섬유종증 치료제 고메클리를 보유한 기업이다. 두 약품 모두 FDA의 허가를 받았으며, 이미 승인이 난 치료제를 보유한 기업을 인수했다는 것은 포트폴리오 강화와 함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행보로 분석됐다.
이외에도 BMS는 카루나 테라퓨틱스를 140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바 있다. 당시 FDA 승인을 눈앞에 둔조현병 신약 칼엑스트를 염두에 둔 인수였다. 또한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를 개발 중인 레이즈바이오도 인수하는 등 신경정신질환·간질환 영역 강화에 집중하며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였다.
노보 노디스크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 아케로테라퓨틱스를 52억 달러에 인수해 GLP-1 경쟁 시장에서의 입지를 높이기도 했다.
이같은 빅파마들의 행보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도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알테오젠의 피하주사(SC) 플랫폼, ABL바이오의 혈뇌장벽(BBB) 셔틀 기술, 셀트리온의 ADC(항체약물복합체) 기술 등 반복 적용 가능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빅파마의 인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의 생물보안법으로 인한 중국 배제 가속화도 국내 바이오업계에 유리하게 작용 중인 점도 긍정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4년 10월 독일 CDMO(위탁개발산업)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를 인수한 후 지난해 전체 매출이 651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3.5% 증가했다. 또한 4분기 매출도 15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1% 성장했다. 한미약품, 셀트리온, 알테오젠 등의 기업들도 올해 본격적인 빅딜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용화 직전 파이프라인과 생산 인프라를 갖춘 기업들이 빅딜의 주인공이 되는 분위기지만 초기 기술만 보유한 스타트업들은 생존 압박이 더 심해질 수 있다"면서도 "얼마나 빨리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국내 바이오업계의 파이프라인 성공 여부가 올해 산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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