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지속성 시험대…"생태계 전반 체질 개선 병행"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새해 초반부터 전기차 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며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예년보다 일찍 확정된 데다 국내외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공격적인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한 영향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1월은 통상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아 전기차 수요가 위축되는 시기다. 그러나 올해는 보조금이 예년보다 일찍 확정되면서 연초부터 전기차 판매가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예년보다 일찍 확정되고, 국내외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공격적인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올해 전치가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아이오닉 9./사진=현대차 제공


◆ 연초 판매 '쑥'…현대차 258%·기아 483% 급증

지난 1월 현대차는 전년 동월 대비 258.1% 증가한 1275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전월 대비로도 152.5% 늘었다. 모델별로는 아이오닉 5가 314대 판매되며 전년 대비 4배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고, 아이오닉 6는 245대의 실적을 올렸다. 대형 전기 SUV인 아이오닉 9 역시 전월 대비 68.4% 증가한 224대가 판매됐다.

기아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기아는 1월 한 달간 전년 대비 483.3% 늘어난 3628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모델인 PV5가 1026대 팔리며 실적을 견인했고, EV5·EV3·EV4 등 보급형 라인업도 고른 판매 흐름을 보였다.

중견 브랜드 역시 반등 흐름에 합류했다. KG모빌리티는 무쏘EV를 앞세워 전기 픽업트럭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527대를 판매했고, 르노코리아의 세닉도 207대가 팔리며 전기차 시장 전반에 온기를 더했다.

이 같은 이례적인 연초 흥행은 정부의 신속한 보조금 정책 집행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과거 1~2월은 보조금 확정 지연으로 '판매 절벽'이 반복됐지만 올해는 행정 절차가 앞당겨지며 소비자들이 연초부터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내연기관차를 폐차하고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지급되는 최대 100만 원의 전환지원금과 보조금 규모 유지 방침도 구매 결정을 앞당긴 요인으로 작용했다.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업체와 국내 제조사 간의 가격 경쟁도 시장 열기를 더했다. 테슬라가 가격 인하에 나서자 현대차와 기아 역시 현금 할인과 저금리 할부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대응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지금이 전기차를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시기'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된 상황에서 제조사들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 맞물리며 대기 수요가 빠르게 실구매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 EV시장, 반짝 반등일까…할인 경쟁 이후가 관건

그러나 현재의 가파른 상승세가 연중 내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연초 판매 호조는 보조금 확정을 기다려온 대기 수요가 일시에 몰린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초기 수요가 소진된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흐름을 유지하려면 추가적인 수요 창출 요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사들의 수익성과 가격 정책 유지 여부도 관건이다. 점유율 확대를 위한 대규모 할인 경쟁이 장기화될 경우 제조사들의 재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가격 정상화 과정에서 다시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보조금 예산의 조기 소진 가능성도 변수다. 연초 판매 급증으로 지자체별 보조금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될 경우 하반기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연중 수요 불균형을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전기차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일시적인 보조금 효과를 넘어 충전 인프라 확충과 중고 전기차 가격 안정화 등 생태계 전반의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사들 역시 단기적인 가격 할인에 의존하기보다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와 사용자 경험 개선을 통해 상품성 자체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의 활기가 일시적인 반등에 그치지 않으려면 보조금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충전 편의성 개선과 잔존가치에 대한 신뢰가 함께 확보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구매 판단은 다시 보수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조사 입장에서도 단기적인 가격 인하 경쟁보다는 소프트웨어 완성도와 서비스 품질을 통해 전기차에 대한 체감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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