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설탕 판매가격을 4년여 간 담합해 온 CJ제일제당(주), (주)삼양사, 대한제당(주)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들에게 총 4083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들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들이 4년여에 걸쳐 음료, 과자 제조사 등 실수요처와 대리점 등 사업자 간 거래(B2B)에 적용되는 설탕 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하고 실행한 행위에 대해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 가격 변경 현황 보고명령 등을 포함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식료품 분야에서 은밀하게 장기간 지속된 약탈적인 담합을 제재한 사건으로,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식료품 가격이 높은 가운데 독과점 사업자의 부당한 가격 상승으로 사익을 취한 행태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제기한 설탕세 논란과도 맞물리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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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사 중 누가 수요처와 협상을 주도하는지를 기재한 자료(T사, 대한제당·S사, 삼양사) 중 씨제이 내부 이메일./자료=공정위 |
이들은 2007년 같은 혐의로 한차례 제재를 받고도 다시 담합을 감행했다. 2024년 3월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한 이후에도 1년 이상 담합을 유지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
담합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기 위해 실제 회합과 전화통화 등을 통해서만 의사 연락을 하는 등 치밀함을 보여 현장조사 당시에는 명확한 합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제당사 간에 가격 논의가 있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는 일부 정황증거를 확보하고 약 1년간 수요처 등을 대상으로 끈질긴 조사를 벌인 끝에 비로소 구체적인 담합 혐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약 7개월 간의 추가 조사를 통해 담합의 전말을 밝혀내게 됐다. 이번 과징금 부과 규모는 그간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중 총액 기준 두 번째로 큰 규모이며, 참가 사업자당 평균 부과금액(1361억 원) 기준으로도 최대 금액에 해당된다.
하지만 두 번째 담합에 대한 가중제재는 현실적으로 크게 반영되지는 않았다.
이 같은 반복 담합행위에 대한 가중제재와 관련해 주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각 기업들의 어떤 부당이익의 규모 이런 것들을 지금 정확하게 액수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부과한 과징금이 그 부당이익을 충분히 넘어선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과거 담합을 했는데 또 한 거니까 이건 어떻게 보면 상당히 중요한 가중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행 고시나 시행령하에서는 그 부분은 반영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기본적으로 과거 담합 행위는 포함되지 않아 현행으로는 가중할 수 있는 범위가 10% 정도로, 고시 개정이나 법 개정이 있어야 하는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주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번 법 개정 또는 고시 개정에 신속히 반영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들 3개 제당사들은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인상 6차례, 인하 2차례 등 설탕 판매가격 변경의 폭과 시기 등을 담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설탕의 주재료인 원당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원가 상승분을 신속히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공급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합의한 후 이를 실행했다. 이때 가격 인상을 수용하지 않는 수요처에 대해서는 3사가 공동으로 압박하는 등 서로 협력하기도 했다.
원당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원가하락분을 더 늦게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원당가격 하락 폭보다 설탕 가격을 더 적게 인하하고 인하 시기를 지연시킬 것도 합의했었다.
특히 이들은 대표급, 본부장급, 영업임원급, 영업팀장급 등 직급별 모임 또는 연락을 통해 가격을 합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대표급, 본부장급 모임에서는 개략적인 가격인상 방안이나 3사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영업임원이나 영업팀장들은 많게는 월 9차례 모임을 갖고 가격 변경 시기와 폭, 거래처별 협의 시기, 협의가 잘 안될 경우 대응 방안 등 세부 실행방안까지 결정했다.
가격 변경의 폭과 시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전체 거래처에 가격 변경 계획을 통지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협상을 진행했는데, 각 수요처별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당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협상 경과를 수시로 공유했다.
예를 들면, A 음료회사는 CJ가, B 과자회사는 삼양사가, C 음료회사는 대한제당이 주도해 협상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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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제당 담당자 카카오톡 대화 내용 중 일부./자료=공정위 |
결국 제당사들은 원당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가격을 인상했고, 반대로 원당가격 인하로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가격을 인하하지 않거나 인하 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제당사들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으며, 반대로 수요처들은 가격 인상 압박을 받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식료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주 위원장은 “설탕 산업은 식원자재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까지 세워 국가가 안정적인 수요를 국내 생산자에게 보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설탕 제조사들이 중대한 경제법 위반 행위인 담합을 통해, 그것도 전 국민이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으로 고통받는 시기에 고통을 국민에게 가중시키고 부당이득을 추구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설탕은 제조에 대규모 장치가 필요하고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으로 수입이 자유롭지 않아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인데, 제당사들이 이런 상황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담합을 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설탕 분야는 소수 사업자가 과점하는 시장으로 담합에 취약한 시장인 점을 감안해 가격 변경 현황 보고명령 등을 통해 앞으로의 가격 변경 추이를 지속 점검해 담합 소지를 봉쇄하고 경쟁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밀가루, 전분당, 계란, 돼지고기 등 담합 사건도 신속하게 처리해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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