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경 남발·예측 불가능한 제재 구조에 현장 부담 커져
[미디어펜=조태민 기자]건설 하도급 불공정 거래에 대한 과징금 강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보다 위반 유형별 기준을 명확히 해 기업이 사전에 예측 가능한 제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17일 업계는 하도급 과징금 강화 논의와 관련해 처벌 수위 상향보다 위반 유형별 기준을 명확히 해 예측 가능한 제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최근 건설 하도급 분야의 과징금 제도를 점검하며 현행 체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행 하도급법은 의무 위반 사업자에 대해 하도급대금의 2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집행 과정이다. 제도 운영 과정에서 감경 사유가 폭넓게 적용되면서 실제 부과되는 과징금 수준이 법 위반을 억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16년 원사업자의 자진 시정과 피해 구제를 유도한다는 취지로 감경 폭이 확대된 이후, 과징금이 실질적 제재 수단이라기보다 행정 절차의 일부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건정연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평균 과징금은 건당 약 5억3000만 원 수준에 머물렀다. 2023년 이후에는 부과 금액이 감소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법상 상한은 유지되고 있지만 실제 집행 단계에서 반복적인 감경이 이뤄지면서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과징금 산정 구조 역시 논란이다. 감경·가중 사유가 세분화되면서 사후 판단의 비중이 커졌고, 그 결과 기업이 위반 행위와 제재 수준을 사전에 가늠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계약 단계에서부터 보수적 의사결정을 유도하고, 분쟁 가능성이 있는 거래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일부 기업들은 제재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계약 구조를 단순화하거나 거래 범위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과징금 액수 자체보다도 사후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경영 판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반복 위반에 대한 제재 체계 역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행 하도급법 체계에서는 2회 위반까지는 가중 처벌이 제한적인 구조여서 동일 기업이 반복 위반 사업자로 분류되더라도 제재 강도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서면 미발급 등 행정적 위반과 대금 미지급, 부당 특약과 같은 중대한 불공정 행위가 유사한 틀 안에서 평가되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홍성진 건정연 연구위원은 중대한 법 위반이나 반복 위반에 한해 징벌적 과징금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하도급대금의 최대 5배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함으로써, 명백한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분명한 억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다만 업계에서는 과징금 상향 논의가 기준 정비 없이 추진될 경우 거래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형벌 축소와 과징금 중심 제재로 정책 방향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제재 수위 자체보다 위반 유형별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고 집행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과징금 액수보다 어떤 행위가 어느 수준의 제재로 이어지는지를 사전에 알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기준이 명확해질수록 불필요한 분쟁과 방어적 경영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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