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시중은행의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요구불예금이 2월에만 33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주말 발발한 중동 사태 이후 코스피가 이틀 연속 급락하는 등 시장의 불안함이 극에 달한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이탈한 수신자금을 재유치하기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3%대로 올리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예금 포함)은 지난달 말 기준 684조 8604억원을 기록해 1월 말 651조 5379억원 대비 약 33조 3225억원 급증했다. 요구불예금이 33조원 이상 급증한 건 지난 2024년 3월 33조 6226억원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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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중은행의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요구불예금이 2월에만 33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주말 발발한 중동 사태 이후 코스피가 이틀 연속 급락하는 등 시장의 불안함이 극에 달한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이탈한 수신자금을 재유치하기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3%대로 올리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불리는 요구불예금은 통상 시장 상황에 따라 규모가 급변한다. 실제 지난해 12월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약 24조 2551억원 증가했는데, 한 달 뒤인 올해 1월에는 22조 4705억원 급감한 바 있다. 하지만 코스피가 지난달 27일 장중 6300선마저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면서 주식 투자를 희망하는 대기자금이 다시금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연초를 기준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은 2월까지 약 48%, 2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예금 잔액도 일부 증가했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46조 8897억원을 기록해 1월 말 936조 8730억원 대비 약 10조 167억원 증가했다. 6연속 기준금리 동결로 시중 유동자금이 주식시장이나 증권사의 종합투자계좌(IMA)로 대거 빠져나간 가운데, 은행들이 수신자금을 재유치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일부 인상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5대 은행이 판매하는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최고 연 3%를 돌파했다. 이날 각사 및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예금상품 금리는 연 2.80~3.05%로 집계됐다. 최고금리를 기준으로 보면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연 3.05%를 기록해 가장 높은 금리를 기록했다. 이어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이 각 연 2.90%,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이 연 2.80% 등으로 나타났다. 전월취급평균금리 연 2.79~2.89%에 견주면 5대 은행 모두 금리를 인상한 셈인데, 최저 0.01%p, 최고 0.26%p 인상했다.
반면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46조 4089억원으로 1월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갑작스러운 중동 사태 발발을 계기로 투자 대기자금의 향배도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 유동자금을 대거 흡수한 코스피는 전날 외인의 폭풍 매도 여파로 장중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호가 일시 효력정지)'가 발동됐는데, 이날도 극심한 중동발 불안으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약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3·1절 이후 장이 개시되자마자 6100선에서 5800선까지 내준 셈이다. 이날 오전 10시 36분 현재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약 6.64% 하락한 5407.16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동자금이 우량주식을 저가 매수하는 기회로 삼거나 금·달러 등 안전자산 투자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KRX 금시장의 금 현물가는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 1g당 24만 9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약 4.14% 급등한 값이다.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비슷한 상승률을 보였는데, 'TIGER KRX금현물'과 'ACE KRX금현물'은 각각 4.34%, 4.29% 상승했다.
한편으로 원금에 이자를 보장해주는 은행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다시 회귀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코스피가 6천선을 넘는 동안, 정기예금 금리는 2%대에 그치면서 가계에서 유동자금 이탈이 뚜렷한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중동 사태로 변동성 장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은행 예금에 자금을 재예치할 지 지켜볼 일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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