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뷰티 업계 인수합병(M&A) 트렌드가 개별 '히트 브랜드' 확보에서 제조·생산 밸류체인 등 '인프라' 인수로 옮겨가고 있다. 브랜드 수명 주기가 짧아지면서 단일 브랜드의 성공에 기대기보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제조 및 유통 생태계 자체를 통째로 흡수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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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마트 매대에 '4950원 화장품' 브랜드들이 진열된 모습./사진=이마트 제공 |
5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 로레알의 스타일난다(3CE)나 유니레버의 카버코리아(AHC) 사례처럼 특정 브랜드 인수에 집중됐던 M&A 공식이 최근 뷰티 인프라 통합 매각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의 화성코스메틱 및 나우코스 매각 추진 건이 대표적이다. 어펄마캐피탈은 이달 공개매수를 통해 코넥스 상장사인 나우코스의 지분 95.02%를 확보하며 자발적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했다. 앞서 2019년 색조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 화성코스메틱을 인수한 어펄마캐피탈은 2022년 기초 화장품 전문 기업 나우코스를 '볼트온(Bolt-on·연관 기업 추가 인수)' 전략으로 품었다.
이후 꾸준히 지분을 늘려 최근 완전 자회사 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상장폐지를 통해 까다로운 공시 의무와 소액주주 관련 변수를 차단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색조와 기초를 아우르는 통합 밸류체인을 구축해 화성코스메틱과 나우코스를 '패키지 매각'하기 위한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원매자의 전략에 따라 개별 매각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종 산업 기업의 뷰티 시장 진출 방식도 궤를 같이한다. 이달 인수 절차 마무리를 앞둔 태광그룹의 애경산업 빅딜이 대표적이다. 태광산업 등 컨소시엄은 약 4475억 원을 투입해 애경산업 지분 61.13%를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오른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 간판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Age 20's)' 인수가 아닌, 애경산업이 1954년 창립 이래 72년간 축적해 온 연구개발(R&D) 데이터와 거대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유통망을 통째로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기존 석유화학·섬유 등 기업 간 거래(B2B) 중심이었던 태광산업은 지난해 8월 자체 화장품 자회사 '실(SIL)'을 설립했다.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확보한 미국 월마트 600개 점포 등 폭넓은 글로벌 유통망을 향후 자사 뷰티 사업 확장의 베이스캠프로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투자 시장의 이 같은 기조 변화는 인디 브랜드 중심의 K-뷰티 시장 재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뷰티 트렌드 주기가 극도로 짧아지면서 단일 히트 브랜드의 롱런이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 뷰티 제조 및 용기 생산, 대형 유통망 등 인프라 영역은 시장의 유행 변화와 무관하게 신흥 브랜드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꾸준한 현금 창출(캐시카우)이 가능해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 과거 골드러시 시대 금광을 직접 찾는 이보다 곡괭이를 파는 상인들이 수익을 거둔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향 평준화한 뷰티 시장에서 개별 브랜드력만으로 프리미엄을 인정받기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며 "브랜드의 흥망성쇠와 무관하게 생태계를 떠받치는 제조·유통 인프라 기업들의 몸값은 앞으로도 고공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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