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정부가 이란 사태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세 속에서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유가 부담이 생필품 가격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요 식품제조사를 모아 대응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 |
 |
|
| ▲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매대에 라면이 진열된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이날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주요 라면 제조기업을 소집해 간담회를 연다. 농식품부는 시장 상황과 기업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고,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도 농식품부는 식용유 제조사 6곳(CJ제일제당, 사조대림, 오뚜기, 대상, 동원F&B, 롯데웰푸드)을 불러 회의를 가졌다. 농식품부는 이 자리에서 통상적인 가격 안정 협조 요청과 더불어,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과 관련해 기업 측 애로사항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간담회에 참석한 A사의 관계자는 “정부에서 기업들이 그간 물가 안정 기조에 협조한 데 대한 독려가 주로 이뤄졌다”면서 “최근 중동 전쟁과 관련해 기업들의 애로사항이 없는지도 청취하는 등 나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만 간담회 자체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기업도 있었다. B사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특별한 내용이 오가진 않았지만, 정부에서 불렀다는 것만으로 기업엔 부담일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식품업계 전반이 아니라 특정 품목 제조사들을 콕 짚어 소집했다는 점이 이전보다 좀 더 타이트하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농식품부는 다음주께 제과업계와의 간담회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번 식품업계 ‘릴레이 소집’은 먹거리 물가 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소비자물가 458개 품목에 대해 차관급 10여 명을 담당으로 지정하는 등 밀착 관리에 나서고 있다. 최근엔 공정위가 제당·제분 업계의 담합 행위를 적발하면서, 설탕과 밀가루 및 이를 주원료로 하는 빵까지 가격 인하를 끌어냈다.
업계에서는 라면과 제과 제품도 밀가루와 설탕을 주원료로 삼는 만큼,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이 생필품 물가에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직접적 요청이 없다고 해도 ‘버티기’를 선택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설탕값이 16.5% 내렸다는데, 설탕을 쓰는 상품은 가격을 그대로 유지해서 소비자는 혜택도 못 받고 공정위가 열심히 한 결과물을 업체들이 독식하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라면·제과 업계는 밀가루와 설탕 외 요인에서 원가 부담이 지속되고 있고, 최근 수익성이 악화돼 가격 인하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을 한층 키우는 요인이다. 식품업계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 급등에 따른 해상 운임 및 국내 물류비 상승으로 전방위적인 제조 원가 압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이 묶인 가운데 원가 부담은 가중되는 ‘샌드위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란 사태가 터진 지 아직 며칠 지나지 않아, 유가 상승이 원재료 및 물류비에 반영되기까진 시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정부가 선제적으로 물가 안정 협조를 요청한 상황에서, 차후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반영하기는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