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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부 조우현 기자 |
[미디어펜=조우현 기자]1982년 3월 6일,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소설가 아인 랜드가 숨을 거뒀다. 장례식장 운구 행렬 옆에는 꽃 대신 1.8m 높이의 거대한 ‘달러($)’ 모양 화환이 세워졌다. 세속적인 탐욕의 상징이 아니었다. 인간의 지성과 성취가 일궈낸 가치에 대한 그녀의 마지막 경의였다.
아인 랜드가 떠난 지 44년이 지난 오늘, 그녀가 남긴 소설 《아틀라스》가 주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소설 속 주인공 존 걸트는 세상을 지탱하면서도 존중받지 못한 기업인들과 함께 파업을 선언하며 사라진다. 이들이 떠난 세상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됐다. 책임지는 사람 없이 타인의 성취에 기생하는 자들만 있는 세상에 기적이 허락될 리 없었다.
이 섬뜩한 이야기는 2026년의 대한민국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만든 것은 ‘기업가 정신’이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이 런던에서 거북선 지폐를 펼치며 조선소 차관을 빌려오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고독하게 신경영 선언을 했을 때 그들이 우리 시대의 ‘아틀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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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5년 5월 21일 삼성반도체통신 기흥 반도체 2라인 준공식에서 고 이병철 선대회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과 당시 고 이건희 삼성그룹 부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제막 줄을 당기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하지만 이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금, 새로운 아틀라스가 활약하기엔 대한민국의 환경이 더없이 척박하다. 최근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정치적 희생양이 되기 일쑤고, 규제는 피할 수 없는 전제가 됐다. 정부가 때에 따라 ‘친기업’을 외치고 있지만, 현장의 법과 제도는 기업의 편에 섰던 적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를 이어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3세대 기업인들의 현실은 가혹하다. 기술 혁신에 쏟아야 할 에너지는 사법 리스크에 소모됐고,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전쟁의 최전선에서 뛰어야 할 이들이 여전히 낡은 지배구조와 규제, 그리고 상속세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글로벌 시장은 우리 기업이 규제에 묶여 있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결국 해법은 하나다. 오늘 날의 아틀라스들이 짐을 내려놓지 않도록 어깨 위의 무게를 덜어주는 것이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저력을 보여준 우리 기업들이다. 제대로 된 정책적 뒷받침이 더해진다면, 우리는 어디까지 도약할 수 있을까. 칼럼명을 ‘아틀라스’라 지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설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이들의 발목을 잡는 모순을 고발했듯, 이 공간을 통해 기업을 가로막는 부조리를 지적하려 한다. 기업가 정신이 온전히 숨 쉴 자리를 되찾아주고 우리 시대 아틀라스들의 성취를 가감 없이 기록하는 일.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해, 아인 랜드의 기일인 오늘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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