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 여파에 중동 시장 불확실성 확대
현대차 사우디 생산거점 가동 변수 부상
토요타, 중동 수출용 차량 4만대 감산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완성차 업계의 경영 셈법이 다시 복잡해지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과 해상 운임 불안, 중동 현지 투자 변수까지 겹치며 원가와 공급망 전반에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의 통상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동발 에너지·물류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완성차 업계의 수익성 방어 전략도 재점검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자동차 및 해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 고조로 국제 에너지 시장과 해상 물류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와 LNG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항로로 최근 이 구간의 항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브렌트유는 3월 초 배럴당 80달러선을 넘어섰다. 중동 핵심 에너지 인프라 타격이나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 상승과 해상 운임 불안, 중동 현지 투자 변수까지 겹치며 완성차 업계의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사진은 호르무즈 해협./사진=연합뉴스 제공


◆ 유가·물류비 동반 상승…완성차 수익성 압박

중동발 긴장 고조는 완성차 업계의 비용 구조를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에너지 비용뿐 아니라 철강·석유화학 기반 소재 가격, 완성차 운송비까지 연쇄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는다. 자동차 산업은 원재료와 물류 의존도가 높은 구조인 만큼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른 비용 민감도가 클 수밖에 없다.

해상 물류 불안 역시 부담을 키우고 있다. 중동 정세 악화로 주요 해상 항로의 위험도가 높아지자 선사들은 우회 운항에 나서고 있고, 보험사들도 전쟁위험 담보를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운임과 보험료 부담이 함께 높아지면서 완성차와 부품 수출의 물류 비용 압박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대형 원유 운반선의 중동~중국 노선 운임은 사태 발생 이후 3배 이상 급등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는 선박 운항 지연과 항로 변경 사례가 잇따르며 글로벌 해상 물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 물동량은 평시 대비 80% 가까이 줄었다. 항로 불안과 보험 조건 변화가 겹치면서 일부 선사들의 예약 조정과 운항 계획 변경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동발 에너지 수송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완성차와 부품의 해상 수출에도 납기 지연과 추가 운임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대응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일본 토요타자동차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지역 물류 차질 우려로 약 4만 대를 감산할 계획이다. 최근 주요 부품 제조업체에 4월 말까지 약 2개월간 중동 수출 물량 4만 대를 감산할 것이라는 계획을 통보했다. 월간 감산 규모는 평소 중동 수출용 일본 생산 물량의 60∼70%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유가 상승과 물류 차질이 동시에 이어질 경우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생산 일정과 수익성 구조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일수록 운송 기간 장기화와 원가 상승의 이중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사우디 투자도 변수…통상 불확실성까지 겹쳐

중동 현지 생산거점 전략도 지정학 변수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대자동차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합작해 중동 첫 생산거점을 구축 중이며, 올해 4분기 첫 차량 생산과 연간 5만 대 규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공장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함께 생산해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지역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 거점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중동 지역의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공장 가동 준비 과정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부품 조달과 해상 물류, 현지 인력 운영 등 생산거점 구축에 필요한 여러 요소가 외부 변수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직접적인 차질이 확인된 단계는 아니지만 정세 불안이 심화할 경우 투자 일정과 운영 계획 전반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는 대미 통상 불확실성까지 겹친 점도 부담이다. 미국은 한국의 대미 투자 관련 입법 지연을 문제 삼아 자동차를 포함한 일부 품목 관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해 왔고, 한국 국회 역시 관련 특별법 처리를 논의하고 있다. 중동발 에너지·물류 부담에 통상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업계의 경영 환경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 상황이다.

결국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완성차 업계는 판매 둔화 우려를 넘어 원가 상승, 선적 차질, 현지 투자 일정 조정이라는 복합 부담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미 통상 변수와 중동 공급망 리스크가 동시에 이어질 경우 글로벌 생산과 판매 전략을 지역별로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또 업계에서는 이번 중동 리스크를 계기로 공급망 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류 경로 다변화와 생산거점 분산 등 지정학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망 회복탄력성 확보가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산업은 에너지와 해상 물류 의존도가 높은 구조인 만큼 중동 정세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하는 비용 관리가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정학 리스크를 상수로 놓고 글로벌 생산과 공급망 전략을 재설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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