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노란봉투법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재계 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법 시행 전부터 하청노조들의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으며, 기업들도 대응책 마련으로 시행 초기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유예기간이 짧은 데다가 기업들의 요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노사 간 마찰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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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란봉투법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하청노조들의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들도 대응책 마련으로 시행 초기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손경식 경총 회장을 비롯한 경제 6단체장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8월 국회 소통관에서 노조법 개정안 수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6일 재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오는 10일 전격 시행된다. 지난해 8월 24일 국회를 통과한 후 약 6개월 만이다. 해당 법안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노조의 합법적인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법 시행 초기 3개월 동안 현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 내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먼저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가 늘어나면서 원청 기업의 업무 부담과 비용 부담이 동시에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하청노조의 원청 대상 교섭 요구 움직임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에 따르면 26개 사업장에서 원청 교섭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은 한화오션이 교섭에 나서야 한다며 지난달 25일부터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인근에서 천막농성을 펼치고 있다. 한국타이어 하청노동자들 역시 임금체불을 주장하며 원청인 한국타이어의 직접 교섭을 촉구했다.
법 시행 이후에는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기업들의 대응 부담도 한층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성 범위가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보면 하청노동자의 근로 시간이나 작업 방식 등을 구조적으로 통제하면 하청노조가 교섭권을 가질 수 있다.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챙길 경우에도 사용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결국 안전사고를 막고 하청 노동자들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원청의 조치들이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해주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어느 범위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법적 책임이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는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한다고 해서 무제한 교섭이 가능한 것이라 아니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다르다”며 “하청업체들이 많은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업종에서는 교섭 요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재계는 노란봉투법 입법 과정과 법안 통과 뒤 후속 세부 지침 마련에서도 기업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는 물론 대안 등도 제시했으나 실질적으로 반영된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용자성 판단 기준에 안전이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전달했으나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재계 내에서는 더 이상 소통을 통한 보완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시행 후 나타날 실무적 부담과 법적 리스크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국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보완이 되길 기대했으나 기업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라며 “노란봉투법 시행을 1년 더 유예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기대감보다는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찾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노조에서는 법 시행을 앞두고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노란봉투법 시행에 맞춰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교섭에 응하지 않는 원청 에 대해선 결의대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7월 15일에는 총파업까지 예고한 상태다.
이러한 노조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노란봉투법이 오히려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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