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해석 혼선 우려에 정부 개입 나서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 업체라도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한다면 노조법상 사용자로 간주하는 개정 노동조합법 제2·3조(노란봉투법)가 오는 10일부터 시행된다.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에 따른 산업 현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유권해석 자문기구를 상설화하고 전국 단위의 전담 지도 체계를 가동하는 등 행정 조치에 나섰다.

   
▲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고용노동부는 10일 법 시행에 맞춰 현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유권해석 자문기구인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를 본격 가동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개정법의 핵심은 사용자 정의의 확대다.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그 범위 안에서 사용자로 인정된다. 하청노조는 이를 근거로 원청에 직접 대화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노동쟁의의 허용 범위도 넓어졌다. 기존에는 임금 인상 등 '이익 분쟁'에 한정됐던 쟁의 대상에 '사업경영상의 결정'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 경영권에 속하던 사안도 근로 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적법한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는 현장 혼선을 막기 위해 지난 2월 확정한 해석 지침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례별 판단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관련 조항인 제3조도 개정됐다.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경우, 노조원 전체에 대해 공동 책임을 묻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노조 내 지위와 역할, 쟁의 참여 정도에 따라 개인별 책임 비율을 각각 정해야 한다. 또한 노조나 근로자가 배상액 감면을 청구할 수 있는 규정이 신설됐으며, 사용자가 스스로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정부는 법 시행 초기 산업 현장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나 교섭 범위 등 현장에서 노사가 대립하는 쟁점에 대해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유권해석을 내리는 자문기구인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를 운영한다. 법률 및 현장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 위원회는 원·하청 관계에서의 사용자성 여부 등 실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주요 쟁점에 대해 신속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위원회를 통해 축적된 판단 사례를 즉시 데이터베이스화해 공개함으로써 개별 사업장들이 참고할 수 있는 교섭 가이드라인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법 시행 초기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전담반을 설치해 하청노조 교섭 요구가 있을 때 교섭단위 분리나 창구단일화 등 법적 절차를 안내하고, 노사 간 쟁점이 큰 사업장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지도를 시행한다. 또한 공공부문부터 개정법 취지를 반영한 교섭 모델을 만들어 민간 부문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노사 공감대가 형성된 사업장을 대상으로 '전문가 상생교섭 컨설팅'을 지원한다. 이는 법적 분쟁으로 가기 전 전문가가 개입해 합리적인 교섭 모델을 설계해 주는 서비스다. 동시에 공공부문부터 개정법 취지를 반영한 선도적인 교섭 사례를 만들어 이를 민간 부문에 배포하는 등 현장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김영훈 장관은 "정부는 단순한 법 시행에 그치지 않고 판단지원 위원회와 지방관서 전담반을 통해 현장의 물음에 즉각 답할 것"이라며 "일관된 유권해석과 세밀한 절차 지도를 통해 새로운 노사관계 제도가 현장의 혼란 없이 안착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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