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개헌특위·4월 7일 개헌안 발의 목표"
불법 비상계엄 방지·5·18 민주화 운동 정신 전문 수록 등
여야 정치적 이해관계 충돌...39년 만의 개헌 시도 험난
[미디어펜=김주혜 기자] 39년간 멈춰 서 있던 대한민국 헌법의 시계가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우원식 국회의장이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시행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던졌다. 최근 국민투표법 개정으로 재외국민 투표권 문제가 해결되며 절차적 장애물은 사라졌지만 선거를 목전에 둔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촉박한 일정 탓에 실제 성사 여부는 안갯속이다.

   
▲ 우원식 국회의장이 10일 국회에서 개헌 관련 기자회견에서 오는 17일까지 여야의 개헌 특위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2026.3.10./사진=연합뉴스


◆ 우원식 "불법 계엄 꿈도 못 꾸게...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우 의장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 비상계엄은 꿈도 못 꾸는 개헌으로 개헌의 문을 열자"고 제안했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하며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거나 선포 후 48시간 이내 승인을 받지 못하면 자동으로 무효가 되도록 하는 제도적 방벽을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제안의 핵심은 '단계적 최소 개헌'이다. 권력구조 개편 등 이견이 큰 의제는 뒤로 미루고 ▲불법 비상계엄 방지 조항 명시 ▲5·18 민주화 운동 정신 전문 수록 ▲지역 균형 발전 국가 책임 명시 등 여야 간 공감대가 높은 3가지 사안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우 의장은 "한꺼번에 하려다 아무것도 못 하는 세월을 반복하지 말자"며 3월 17일까지 개헌특위 구성, 4월 7일 개헌안 발의라는 구체적 타임테이블을 제시했다.

◆ 법적 통로는 열렸지만...'200석' 벽 앞의 야당, 국힘

개헌을 위한 법적 장애물은 일단 치워진 상태다.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은 11년 넘게 방치됐던 재외국민 투표권을 보장하며 개헌의 '법적 통로'를 열어줬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10년 넘게 공백 상태였던 국민투표 절차가 정상화된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개헌안 의결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200석) 이상의 찬성이 필수적인데 야당인 국민의힘 동참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 분위기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고 당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불법 계엄 방지에 반대할 국민은 없기에 국민의 의지를 받들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 국힘 "선거용 정략" 냉소...정치권 "안 될 가능성 더 높아"

그러나 제1야당 국민의힘의 속내는 마냥 편치 않다. 우 의장의 제안을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거용 정략'으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적지 않아서다. 

전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윤' 선언 이후 당 정비가 시급한 상황에서 개헌이라는 메가톤급 이슈가 모든 국면을 장악할 경우 선거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특히 개헌 투표가 동시 시행될 경우 투표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에 불리하게 작용해온 '투표율의 법칙'을 자극할 수 있다. 

김준일 시사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개헌 투표가 곁들여지면 투표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국민의힘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당내에 팽배하다"며 "성사 안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 민주당도 '속내 복잡'...전문가들 "지선 승기 놓칠라 신중"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표정 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명분상 개헌을 반대할 이유는 없으나 내부적으로는 지방선거의 압승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려는 기류가 읽힌다.

차재권 국립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민주당은 지방선거 분위기가 매우 좋은데 모든 이슈를 개헌이라는 용광로 속에 밀어 넣어 판을 바꾸는 것에 동의할지 회의적"이라고 분석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지방선거 압승 이후 확보된 동력으로 추진하는 것이 여당에게는 더 유리한 카드일 수 있다"고 짚었다.

결국 39년 만의 개헌 문턱에서 법적 장치는 열렸으나 여당의 '승기 굳히기'와 야당의 '수세 국면'이라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우 의장의 제안이 현실화가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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