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소각계획' 발표 이어져…"실제 주주환원 의지 살펴야" 분석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3차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소각이 가능해지자 대기업 그룹들을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 사례가 연이어 포착되고 있다. 이미 가파르게 상승한 국내 주가지수가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추가상승을 도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다만 단순히 자사주를 많이 쌓아두었다고 해서 주주환원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소각이나 주주환원으로 이어가려는 기업들의 의지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지는 각 기업 투자시 별도로 살펴야 한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 3차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소각이 가능해지자 대기업 그룹들을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 사례가 연이어 포착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2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요 기업들이 연이어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가운데 자사주 소각 관련 뉴스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금주엔 유통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사례가 줄을 이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연내 계획대로 진행이 된다면 13개 계열사 도합 3500억원 수준의 자사주를 소각하게 되고, 이 작업이 끝난 뒤에는 전 계열사가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게 된다.

롯데지주 역시 분할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보통주 자기주식 27.5% 중 5%에 달하는 524만5461주를 오는 31일경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소각 규모는 1663억원 수준이다. 이마트의 경우 발행주식의 2% 이상을 소각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작년 4월 28만주를 소각했고 올해도 동일 규모의 추가 소각을 예정하고 있다. 신세계도 오는 2027년까지 매년 자사주 20만주 이상을 소각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SK 또한 기보유 자사주에 대한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가히 '러시'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는 자사주 소각 사례의 근본에는 3차 상법 개정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2월25일 '자사주 의무 소각' 안을 포함한 3차 상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달 6일엔 공포 및 발효됐다. 2월25일부터 3월10일까지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기업만 해도 48개사로 그 규모는 7조원에 육박한다.

이번 법 개정에 따라 신규 취득 자사주는 1년 이내, 기보유 자사주는 1년6개월 이내 소각이 의무화됐다. 단, 임직원 보상 등 일정 사유 발생 시 주주총회 승인을 받은 경우에 한해서 보유 또는 처분이 가능하다. 기보유 자사주에 대해 1년 6개월의 '소각 유예' 기간에도 불구하고 개정상법이 주주총회 이전에 공포되면서 기업들은 변경된 정부정책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3차 상법 개정은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었던 만큼 개정 이후 이어지는 자사주 소각 사례가 어느 정도로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시장의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코스피 폭등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압도적 실적 개선을 동력으로 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상법 개정은 코스닥 시장에까지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쪽으로 기대감이 수렴되는 측면도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 역시 "최근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소각을 통한 지주회사 재평가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지주회사에 대한 상대적 투자 매력도가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자사주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소각 수혜 기업'으로 주가 상승을 예단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자사주 비율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자동 소각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업별로 실제 소각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체크해 가면서 실제 투자에 임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주주가 당장 소각해야 할 유인이 있는지, 상법 예외조항을 어떻게 활용하려는 모습인지, 주총에서 관련 안건이 실제로 어떻게 처리되는지 등을 눈여겨 봐야 한다"면서 "자사주 소각은 잔고 규모가 아니라 소각 여부를 결정짓는 의사결정 구조, 즉 정관과 주총·이사회 결의 체계에 달려 있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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