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장기화…통합 리더십 중시 위함이라는 분석도
황상연 후보, 재무에 강한 인물…독립된 전문경영인 여부 주목
[미디어펜=박재훈 기자]한미약품이 창사 이래 첫 외부 CEO로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PE 대표를 내정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갔다. 이번 주총에서는 이사회 재편과 투자·재무 중심 체제 강화가 예상되나 집중투표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지배구조가 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 한미약품 본사 전경./사진=한미약품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함께 12일 각각 오후 2시와 4시에 이사회를 열고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PE 대표를 한미약품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했다. 이사회는 황 후보 선임 안건을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으며 주총 통과 시 곧바로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는다는 구상이다.

이날 이사회에선 대표 교체뿐 아니라 이사 5명 중 4명을 새로 선임하는 안건 등 이사회의 40%를 교체하는 인적 쇄신도 함께 추진됐다. 갈등이 장기화되자 신 회장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도 외부 전문경영인 카드를 통해 표면적 ‘통합 리더십’ 이미지를 내세우고자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상연 후보는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글로벌 자산운용사 CIO, 종근당홀딩스 대표, PEF 운용사 등 투자·재무·제약지주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R&D(연구개발)·마케팅 출신이 아닌 숫자에 강한 CEO라는 점에서 포트폴리오 재편과 비핵심 자산 정리, 사업부 구조조정, 라이선스·M&A 딜 등 자본시장 친화적 의사결정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이런 투자형 리더십이 신동국 회장의 경영 개입과 결합할 경우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신 회장은 이미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30% 안팎까지 끌어올리며 사실상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생산·구매·인사 등 개별 의사결정에까지 깊게 관여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인사는 이런 정면충돌을 일단 봉합하고 신 회장 중심의 새 판을 짜는 시도에 가깝다. 이사회 재편을 통해 신 회장 측 우호 이사가 늘어나면 대표 선임·해임권을 쥔 이사회는 재무 효율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기울 수밖에 없다.

황상연 체제가 출범하더라도 실제로 독립된 전문경영인으로 기능하느냐 아니면 최대주주의 전략을 실행하는 ‘투자형 프런트맨’에 그치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상법 개정으로 인한 제도 환경 변화 역시 새로운 위험이 될 수도 있다.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화가 본격 적용되면 한미에서도 소수주주·기관투자가가 최소 한두 석의 이사직을 확보할 제도적 통로가 넓어진다.

올해 주총이 신동국 회장을 중심으로 이사회 구도를 정비하는 분수령이라면 집중투표제가 본격 작동하는 내년 이후 주총은 행동주의 펀드나 ESG 투자자가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박재현 대표는 퇴진 입장문을 통해 “전문경영인이 반드시 제가 될 필요는 없다”면서도 “한미의 근간인 ‘임성기정신’과 ‘품질경영’의 가치는 꼭 지켜달라”고 대주주와 이사회에 요청했다. 또 자신을 지지했거나 시위에 동참한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해 달라고 밝히며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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