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국내 중고차 수출 산업이 물류 차질과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중동으로 향하는 해상 항로에 차질이 생기면서 선적 대기 물량이 쌓이고 운임까지 급등해 수출업체들의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16일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 정세 악화로 호르무즈 해협 일대 해상 운송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중고차 수출 물류에도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이 2주 넘게 이어지며 해당 해역의 항행 리스크가 커졌고, 주요 선사들이 항로를 조정하거나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면서 해상 운송 일정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 |
 |
|
| ▲ 지난 8일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옛 송도유원지의 중고차 수출단지에 차량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중동은 국내 중고차 수출에서 비중이 큰 핵심 시장이다. 지난해 수출된 중고차 약 88만여 대 가운데 35%가 중동 국가로 향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주요 시장이며 두바이는 중동 중고차 거래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중동 바이어들이 두바이에서 차량을 매입해 주변 국가로 다시 판매하는 거래 구조로 해당 항로의 불안정성은 국내 수출업계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두바이로 수출된 중고차는 6만5749대로 전체 수출 지역 가운데 네 번째로 많았다. 중동 국가(UAE·요르단·사우디) 기준으로 보면 총 12만3241대가 수출됐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두바이를 거쳐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 금액 규모는 약 6981억 원 수준이다.
중동 시장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항로 불안정성은 국내 중고차 업계 전반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전국 물동량의 상당수를 처리하는 인천항 일대 수출 단지에는 선적을 기다리는 차량이 빠르게 늘며 현재 약 2만 대 규모의 중고차가 발이 묶인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선사들의 예약 보류와 운항 취소가 잇따르면서 컨테이너 고정 작업을 마친 차량을 다시 반출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선박의 장기 대기와 회항이 반복됨에 따라 예상치 못한 보관 비용은 물론 회항에 따른 추가 운송비까지 수출업체가 고스란히 떠안으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실정이다.
이러한 물류 마비는 해상 운임 폭등으로 이어져 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우회 항로 이용에 따른 유류비 증가와 선사들의 전쟁 위험 할증료 요구가 겹치면서 중동 노선 운임은 기존 대비 3~4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차량 단가가 낮아 물류비 변화에 민감한 중고차 수출 특성상 현재의 운임 상승폭은 판매 마진을 사실상 모두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항만 도착 시 대금을 회수하는 거래 관행 탓에 운송 지연이 곧바로 자금 회전 경색으로 이어지며 경영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수출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법적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수출을 위해 차량 등록을 말소한 중고차는 일정 기간 안에 해외로 반출하지 못하면 폐차 대상이 될 수 있어 사태가 길어질수록 업계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출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정 지역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물류와 수출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상황에 따라 선적 일정과 물류 비용이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가 다시 확인됐다"며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물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