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부터 나프타·에틸렌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석화업계, 재고로 버티기 전략…다음 달이 ‘고비’
석화업계 가동 멈출 경우 다른 산업군도 영향 불가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여파로 국제유가는 물론 주요 산업 원자재 가격까지 잇따라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산업계 전체적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원료 수급 불안으로 인해 향후에는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여파로 주요 산업 원자재 가격까지 잇따라 상승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부산항에 쌓여있는 컨테이너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53.24달러로 전월 대비 128.5% 상승했다. 지난달 배럴당 60~70달러 대를 보였는데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해 중동 지역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단기간에 치솟았다. 

원유에서 생산되는 나프타 가격도 폭등했다. 지난 11일 기준 나프타 가격은 톤당 898달러로 전주 대비 14.4% 상승했다. 미국과 이란 전쟁 전과 비교하면 40.3% 올랐다. 

나프타에서 추출되는 에틸렌 가격 역시 톤당 1150달러로 전주 대비 33.7% 올랐다. 전달 대비로는 약 70% 크게 상승했다. 

◆석화업계, 원가 부담에 수급까지 불안…‘한계 임박’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데, 이를 분해해 기초유분인 에틸렌으로 재탄생한다. 에틸렌은 플라스틱, 고무, 합성섬유의 원료로 사용되는 만큼 석유화학산업의 핵심 기초 원료로 꼽힌다.

핵심 원료인 나프타와 에틸렌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석유화학업체들의 원가 부담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NCC(나프타분해설비)를 가지고 있는 업체들은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NCC를 가지고 있지 않은 업체들은 에틸렌 등 원료를 외부에서 구매해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에틸렌 가격 상승이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해외에서 원료를 수급하기 때문에 1500원에 가까운 원·달러 환율도 원가 부담을 한층 더 가중시키고 있다. 

원료 수급 자체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중동에서 전체 수입의 약 50%를 들여오고 있는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원료 확보 자체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프타 확보가 어려워지면 에틸렌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져 석유화학 제품 전반의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생산을 조절하면서 재고를 최대한 활용해 버틴다는 전략이지만 장기간 버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내 공통된 시각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생산·판매 계획을 수시로 수정하면서 버티기에 돌입한 상태”라며 “재고를 활용하며 원가 부담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철강·조선·반도체까지 줄줄이 타격…생산 차질 우려

미국과 이란 전쟁 불똥은 다른 산업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먼저 국제유가 상승이 다른 원자재 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철광석 가격은 16일 기준 톤당 108.8달러로 전쟁 발발 전인 2월 말과 비교하면 9.1% 상승했다. 제철용 원료탄도 톤당 230달러로 2월 말 대비 9% 올랐다. 

이로 인해 철강업체들도 원가 압박이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철광석과 제철용 원료탄 역시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해상 운임 상승과 에너지 가격 상승도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철강업체들이 원가 부담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다른 산업군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자동차, 조선, 가전 등 다양한 산업에 철강재가 원자재로 사용되기 때문에 산업 전반의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산업계 내에서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나프타 재고는 2~3주 분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될 경우 당장 다음 달부터 설비 가동까지 멈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설비 가동이 중단되면 플라스틱이 들어가는 제품 생산 전반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나프타에서 생산되는 에틸렌은 조선, 반도체, 배터리에서도 활용되기 때문에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조선업계는 에틸렌을 선박을 생산하기 위한 후판 절단에 활용하고 있으며, 반도체에서는 포토레지스트(PR) 소재와 세정제 등에 에틸렌이 들어간다. 또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분리막에서도 에틸렌 계열 석유화학 제품이 활용된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원자재 문제를 넘어 국내 전반의 생산은 물론 수익성까지 위협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에 매일 상황을 지켜보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국내 산업계가 멈추는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대체 원료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 등 긴급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