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00달러 육박에 심해 원유·가스 개발 채산성 개선 흐름
에스컬레이션 계약·입증된 수행 역량으로 인플레이션 변수 대응
HD한국조선 '공정 관리'·한화오션 '현지화'·삼성중 '표준화' 앞세워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면서 글로벌 해양플랜트 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심해 원유 및 가스 개발의 채산성이 개선되면서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다변화를 노리는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의 발주 움직임이 빨라지는 추세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진입 장벽이 높은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각기 다른 밸류체인 운영 전략을 가동하며 초대형 프로젝트 선점에 나섰다.

   
▲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면서 글로벌 해양플랜트 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HD한국조선해양 해양플랜트 전경./사진=HD한국조선해양 제공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아프리카, 중남미(가이아나, 브라질), 중동 등 주요 해역의 심해 개발 프로젝트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시장 이면에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거시적 변수가 상존한다.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 등 밸류체인 전반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을 저울질하던 일부 프로젝트의 최종투자결정(FID)이 지연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국내 조선사들은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납품 단가에 연동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계약에 의무화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결국 인플레이션 압박 속에서도 기한 내에 안정적으 설비를 인도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행 역량과 설계 통제력이 수주전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이에 국내 조선 빅3는 단순 하청 건조를 넘어, 설계부터 인도까지 밸류체인을 직접 주도하는 특화된 사업 운영 방식을 앞세워 조 단위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상선 건조 부문의 공정 관리 노하우를 해양 사업에 접목해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끌어내고 있다. 기존 수주 프로젝트들의 공정 안정화에 집중한 결과 해양 부문에서만 1조2436억 원의 매출과 137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고려한 선별 수주 기조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멕시코만 해상 유전 개발 사업인 트리온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U) 프로젝트와 미국 셰난도어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FPS) 사업 등을 잇따라 수주하며 레퍼런스를 쌓았다.

또한 카타르 알 샤힌 유전 루야 배치1 개발 프로젝트의 EPCI(설계·구매·건조·설치) 패키지를 따내고, 카타르 노스필드 5차 해상 가스 압축 설비(COMP5) 사업 입찰에도 참여하며 중동 내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건조 실적을 바탕으로 '생산 현지화' 전략에 무게를 뒀다. 앞서 2021년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로부터 수주한 알 샤힌 유전 고정식 원유 생산 설비를 목표 시점보다 2주 앞당겨 인도했고, 지난 2024년 말부터 성공적인 원유 생산을 이끌며 탁월한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글로벌 시장에 입증한 바 있다.

이를 동력 삼아 글로벌 오프쇼어 엔지니어링 역량이 집중된 싱가포르에 해양사업 전담 법인인 OBU(Offshore Business Unit)를 신설했다. 상부 구조물 건조에 특화된 다이나맥 등 인수 기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핵심 설계는 본사와 OBU가 통제하되 건조는 원가 경쟁력이 높은 해외 현지 야드를 활용하는 투트랙 방식을 구축하며 밸류체인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진입 장벽이 높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분야의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주요 운영 전략은 표준화에 맞춰져 있다. 1기당 건조 기간이 수년에 달하는 특성을 고려해 설비의 뼈대가 되는 하부 선체의 표준화 모델을 독자 개발해 발주처에 제안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유가 고공행진 속에서 빠른 에너지 생산을 원하는 오일 메이저들의 요구에 부응하며 건조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기술력과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모잠비크 코랄 노르트 등 향후 예정된 대형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해양 개발 발주가 늘어나고 있지만 까다로운 설계 조건과 인플레이션 압박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필수적"이라며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적극 활용하고 각 사의 차별화된 밸류체인 운영 능력을 입증한 조선사들이 향후 글로벌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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