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고환율·고유가에 원가 부담 심화…정부 물가 압박에 식품업계 ‘샌드위치’
경기변동 민감한 편의점 소비 위축 가시화…디저트·위스키 등 고가 품목 매출↓
백화점, 명품·주얼리 중심 회복세 지속…고환율에 '큰손' 외국인 매출 순풍 기대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원·달러 환율과 국제 유가가 동시에 치솟으면서 국내 식품·유통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 물가안정 압박과 원가 부담의 이중고로 내수 위주 기업들은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린 반면, 일부 기업들은 고환율을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 중동 긴장 고조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면서, 충격 여파에 따라 국내 식품·유통기업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한 주유소에서 주유 중인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3시 현재 1499.6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21.9원 오른 1505.0원으로 출발한 뒤 상승폭을 일부 줄였지만, 오후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날 밤 중동에서 긴장 수위가 높아지면서 유가가 급등하고, 이와 관련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으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의 5월 인도분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7.38달러로 전날 대비 3.8% 올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등 잠시 진정됐던 유가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식품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올해 경영 계획에서 '최악'으로 상정했던 수준을 웃도는 환율로 원자재 구매 비용 변수가 커지면서 급히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유가 급등으로 운송비를 비롯해 사료·곡물가까지 연달아 뛸 조짐이 보이면서 원가 부담 가중에 대한 우려는 한층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물가안정 기조를 내세워 식품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날 롯데웰푸드, 오리온, 빙그레 등 제과·빙과 업계들은 일제히 출고가 인하를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제분·제당사 밀가루·설탕 가격을 끌어내린데 이어 이를 원재료로 삼는 라면, 빵 가격 인하도 유도한 바 있다. 기업들은 원가 부담 가중과 제품 가격 인하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식품기업 관계자는 "환율이나 유가 같은 거시경제 변수에 개별 기업이 영향을 미칠  없는 만큼, 대응할 수단은 가격 조정 카드 뿐인데 이마저도 정부 압박에 막힌 상황"이라며 "지난해 연말 환율이 1400원대 초반으로 내려서는 등 올해 환율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중동 전쟁 여파로 물거품이 됐다"고 전했다.

편의점 등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 유통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전쟁 여파가 국내에 온전히 전해지진 않았지만, 주유소 기름값이 치솟는 등 충격이 시차를 두고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세븐일레븐의 경우 3월 들어 디저트(-10%), 고급아이스크림(-12%), 위스키(-20%), 냉장면(-5%), 과일(-12%) 등 품목 매출이 전월대비 감소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이달 들어서 지난 1월, 2월보다 매출 신장률이 소폭 낮아졌고, 상대적으로 고가인 품목들의 매출도 감소했다"면서 "편의점은 경기 변동에 곧바로, 직접적 영향을 받는 만큼 호황에 잘 팔리는 상품부터 영향을 받는 것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위기 상황을 기회로 삼는 기업도 있다. 백화점은 경기 변동 영향을 덜 받는 명품과 주얼리 등 고가 상품군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이달(1~17일) 누계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9.6% 증가했다. 럭셔리 주얼리(56.1%), 럭셔리 부티크(19.1%) 등이 높은 신장률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핵심 고객층 소비가 유지되는 가운데 국내 증시 활황 등 자산가치 상승이 명품·주얼리 소비심리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고환율 역시 백화점 '큰손'으로 떠오른 외국인 매출 성장세에 순풍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연간 최대치를 경신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90% 성장하며 월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본점 전체 매출 중 외국인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25%까지 증가했다. 백화점이 한국 최신 트렌드와 음식·문화 등을 압축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최근 K-콘텐츠 확산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에 수혜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 수요에 맞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외국인 최대 매출 성과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외국인 VIP 멤버십 개편 및 전용 라운지 오픈 등으로 VIP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현지 간편결제 서비스와 협업해 편의성을 높이는 등 외국인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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