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반복되는 오너 리스크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던 남양유업이 6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경영 정상화’ 궤도에 안착했다. 과거 경영진의 오점을 지우고 시스템 중심 경영 체제를 확립하는 과정에는 김승언 남양유업 대표집행임원 사장이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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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승언 남양유업 대표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지난 2025년 10월 열린 '3차 대리점 상생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사진=남양유업 제공 |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2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남양유업이 연간 기준 흑자를 달성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남양유업 실적 개선은 2024년 한앤컴퍼니(한앤코)가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본격화됐다. 2020년 -767억 원, 2021년 -779억원, 2022년 -868억원, 2023년 -715억원 등 수백억 원대 적자가 유지되던 상황이었지만, ‘한앤코 체제’가 시작된 2024년엔 -98억 원으로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지난해엔 5년간 이어진 적자 고리를 끊어냈다.
남양유업은 국내 유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지만, 홍원식 전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잇단 구설수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지난 2021년 자사 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허위 주장을 펼친 ‘불가리스 파문’은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남겼다. 이를 계기로 홍 전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지분을 한앤코에 매각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 대표는 이 과정에서 ‘경영지배인’으로 선임되며 경영 공백 속에서 남양유업의 비상경영체제를 이끌게 됐다. 당시 홍 전 회장 일가가 지분 매각 계약 해지를 주장하며 한앤코와 법정 다툼을 벌이면서, 정상적인 대표 선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김 대표는 남양유업에서 생산전략본부장과 기획마케팅본부장 등을 역임한 ‘남양맨’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일각에서는 전 오너 일가의 신임을 받던 40대 젊은 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운 것을 두고 ‘간접 경영’을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앤코는 2024년 경영권을 확보한 후 김 대표를 경영지배인에서 대표집행임원으로 선임하며 남양유업의 ‘사령탑’ 역할을 계속 맡겼다. 한앤코가 경영권 확보 후 기존 고용 승계를 약속했던 만큼,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위한 결정이었다. 김 대표는 경영권 전환과 새 의사결정체제 확립 과정에서 ‘윤활유’ 역할을 맡으며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양유업은 경영권 전환 이후 지배구조·운영·제품·신뢰 영역에서 동시다발적 쇄신을 추진했다. 기존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감독(이사회)-집행(경영진) 분리’ 구조로 재설계하고,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이사회와 경영진의 기능을 분리했다. 운영 효율화 측면에서는 매출 방어보다 수익 중심 최적화에 집중했다. 고정비 구조 조정, 비효율 채널 정리, 물류 효율화 등을 병행하며 손실 구조를 걷어냈다.
인사·조직 시스템도 성과와 책임 중심으로 재정비했다. KPI(핵심성과지표)를 전면 재정립해 보상 체계를 연동하고, '승진 패스트 트랙' 도입과 직급 체계 슬림화를 통해 조직 실행력을 높였다. 김 대표는 이 과정에서 기존 오너 체제의 ‘탑다운 방식’에서 벗어나 ‘책임 자율경영 체제’로의 연착륙을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남양유업 정기 주총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과 운영 효율성 제고를 통해 경영 정상화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며 "적극적인 신제품 개발과 기업 이미지 개선을 통해 시일 내 정상궤도에 진입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맞춰 남양유업은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적극 강화했다. 준법 전담 조직 신설, 외부 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운영, 익명 제보 시스템 가동 등 리스크 관리 체계를 내재화했다. 특히 2025년엔 ‘준법·윤리경영 선도 기업 도약의 해’로 선언하며 영업 현장의 공정거래 리스크 예방 교육까지 범위를 넓혔다. 소비자 신뢰 회복이 실적 개선의 최우선 과제라는 판단에서였다.
제품 경쟁력 강화도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중앙연구소의 FAPAS 국제 숙련도 인정, 천안신공장 최우수 집유장 선정 등 국제 기준에 맞춘 품질 관리 고도화로 객관적 지표를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맛있는 우유 GT 슈퍼제로’, ‘테이크핏’, ‘불가리스’ 등 핵심 브랜드의 기능성을 강화하고 저당·고단백 라인업을 확장하며 시장 점유율을 수성했다.
주주친화 정책도 실적 개선의 한 축으로 평가받는다. 남양유업은 경영권 전환 이후 액면분할(10대1)과 총 600억 원 규모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시행했다. 올해 3월에는 홍원식 전 회장 일가가 횡령·배임 사건과 관련해 회사에 맡긴 공탁금 약 82억 원을 특별배당을 통해 전액 주주에게 환원하기도 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번 흑자전환은 단기적인 비용 절감이 아닌 지배구조·운영·제품·조직문화·신뢰 전반의 구조적 변화의 결과"라며 "앞으로도 수익성과 신뢰를 함께 키워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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