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이 22일 창립 88주년을 맞았다. 올해 창립 기념일은 휴일과 겹쳤지만, 삼성은 별도의 외부 행사 없이 조용한 내실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화려한 자축 대신 반도체(DS) 부문의 실질적인 실적 반등과 미래 먹거리 선점이라는 성과로 창립의 의미를 대신하는 모습이다.
삼성그룹의 모태는 1938년 3월 1일 호암 이병철 창업회장이 대구 인교동에서 세운 자본금 3만 원의 '삼성상회'다. 당시 서른 명 남짓한 직원으로 시작한 삼성상회는 청강물과 청과물을 만주와 중국 등지로 수출하며 사업의 기틀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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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철 창업회장이 1938년 3월 1일 자본금 3만 원을 가지고 대구에 설립한 삼성상회 /사진=호암재단 |
특히 창업회장은 '별표 국수'를 직접 제조하며 제조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보였다. 당시 대구에서 별표 국수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았는데, 이는 삼성이 훗날 제일제당, 제일모직 등으로 이어지는 '제조업 기반 사업보국'의 기틀을 닦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세 개의 별이 하늘 높이 영원히 빛나라"는 의미를 담은 '삼성(三星)'이라는 이름 아래 사업보국(事業報國)의 기치도 이때 내걸렸다.
본래 삼성의 창립기념일은 삼성상회가 세워진 3월 1일이었다. 하지만 1988년, 창립 50주년을 맞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기념일을 3월 22일로 변경했다.
1987년 총수 자리에 오른 이 선대회장이 취임 후 첫 창립기념일을 맞아,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21세기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혁신 의지를 날짜 변경을 통해 대내외에 공포한 것이다.
이후 2017년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3월 22일은 현재 삼성물산의 설립일로 그 의미가 축소됐지만, 재계에서는 여전히 이날을 글로벌 삼성이 태동한 실질적인 '제2의 생일'로 평가하고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삼성을 국내 기업에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주역이다.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은 삼성의 체질을 '양(量)'에서 '질(質)'로 전환한 역사적 변곡점이었다.
이 선대회장은 당시 아무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던 반도체 사업에 명운을 걸고 '초격차 전략'을 진두지휘하며 오늘날 삼성이 세계 정상에 서는 밑거름을 닦았다.
선대의 유산을 계승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현재 인공지능(AI)과 바이오, 전장 등 미래 신산업을 중심으로 '뉴 삼성'의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반도체 부문의 기술 초격차를 진두지휘하며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 확보와 글로벌 매출 1위 탈환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삼성을 단순 제조사를 넘어선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급격히 세를 불린 노조 문제는 삼성이 넘어야 할 무거운 숙제다. 과거 '무노조 경영' 폐기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노조는 강력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매년 높은 수준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 최대 노조를 중심으로 오는 5월 진행될 '총파업' 역시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한창인 시기에 터져 나온 노조의 단체행동은 생산 차질 우려를 넘어 기업의 대외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강력한 노조 장벽이 기업 성장의 또 다른 기회비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노조가 기득권 사수에 몰두할수록 기업의 투자 유연성은 떨어지고, 이는 결국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동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반도체 사업 시작 50년을 넘어 새로운 반세기를 여는 중요한 기로"라며 "기술 초격차를 공고히 하는 한편,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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