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수잔나와 발달장애 피가로가 그려낼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차가운 겨울 끝에 찾아온 따스한 봄볕처럼,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오직 예술의 언어로 소통하는 특별한 무대가 우리 곁을 찾아온다. 

오는 4월 23일,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에서 펼쳐질 배리어프리(Barrier-free) 기획공연 '달팽이들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조금 느리지만 누구보다 진실한 목소리로 인간의 존엄과 사랑을 노래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국내 최초로 발달장애 예술인이 주역으로 나서는 전막 오페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전문 예술단체 마음소리예술단과 제이에스오페라단이 힘을 모아 준비한 이번 무대는 모차르트의 대표 희극 '피가로의 결혼'을 바탕으로 한다. 1786년 초연 당시 귀족의 횡포에 맞선 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던 원작은, 2026년 봄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순수한 감성과 특성에 맞춰 새롭게 재구성되어 관객과 만난다.

   
▲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에서 펼쳐질 배리어프리(Barrier-free) 기획공연 '달팽이들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포스터. /사진=마포문화재단 제공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여주인공 '수잔나'를 시각장애인으로 설정해 원작과는 또 다른 깊은 감동을 예고한다. 세상의 편견 속에서도 자신의 사랑과 자존감을 지켜내는 수잔나의 서사는 관객들에게 진심 어린 공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줄거리는 보다 쉽고 간결하게 다듬어졌으며, 스토리텔러 이채현의 친절한 해설이 더해져 오페라가 낯선 이들도 편안하게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70분간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나리께서 춤추시길 원하신다면', '사랑의 괴로움 아는 그대들' 등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아리아와 중창 13곡이 흐른다. 피가로 역의 주대범·이태건, 수잔나 역의 정유진 등 발달장애 예술인과 전문 성악가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낼 하모니는 예술이 가진 치유와 화합의 힘을 증명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마포문화재단 고영근 대표이사는 "배리어프리 공연은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관객이 함께 웃고 감동할 수 있는 예술의 현장"이라며 "예술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편견과 벽을 허무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임을 보여주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석 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별도의 예매 없이 당일 현장 선착순 입장으로 관람할 수 있다. 장애라는 제약을 넘어 예술가로서 당당히 서는 이들의 아름다운 비행에 동참하고 싶다면 마포문화재단 누리집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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