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미국 진출 2년차를 맞는 김혜성(LA 다저스)이 이번에도 메이저리그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시범경기에서 4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돋보이는 활약을 했는데도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마이너리그행 통보를 받았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직접 그 이유를 밝혔는데,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LA 다저스 구단은 23일(한국시간) "김혜성을 트리플 A팀 오클라호마시티 구단으로 보낸다"고 공식 발표했다.

   
▲ 김혜성이 시범경기 호성적에도 마이너리그행 통보를 받아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LA 다저스 SNS


충격적인 일이다. 김혜성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9경기 출전해 0.407(27타수 11안타)의 고타율에 1홈런, 6타점, 5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67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으로 공백기가 있어 많은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안타를 때리는 등 기록상 누구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활약을 했다.

현지 매체나 팬들도 당연히 김혜성이 빅리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고 개막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트리플 A행 통보를 받아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리그에서 정규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로버츠 감독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김혜성을 마이너리그로 보낸 것이 "이번 캠프 기간 가장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하면서, 그렇게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만큼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언젠가는 팀에 합류해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김혜성에겐 시즌 초반 매일 경기에 출전하고, 유격수·중견수·2루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일주일에 6일씩 경기를 뛰며 상당한 타석 수를 소화해야 한다는 점인데, 여기(메이저리그)서는 그런 기회를 얻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김혜성의 마이너리그행 결정에 대해 "더 많은 경기에 뛰게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사진=LA 다저스 홈페이지


이 말은 그럴듯 해 보이지만, 결국 로버츠 감독이 김혜성을 '못 믿겠다'고 한 것이나 다름없다.

김혜성이 꾸준히 경기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 감독이 팀에 데리고 있으면서 꾸준히 출전시키면 된다.

물론 확실한 주전이 있다면 백업 요원에 해당하는 선수를 마이너리그로 보내 더 많은 경험과 기량을 쌓게 해 불러올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현재 다저스 팀 상황은 그렇지 않다. 주전 2루수인 토미 에드먼이 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누군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누구를 시즌 들어 주전으로 쓸 것인지 정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 시범경기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하며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를 주전으로 기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혜성 대신 빅리그 로스터에 살아남은 선수가 알렉스 프리랜드다. 프리랜드는 이번 시범경기 동안 18경기 출전해 타율 0.116(43타수 5안타)로 저조했다. 홈런 1개와 7타점을 올렸으나 OPS가 0.519밖에 안된다. 김혜성보다 한참 못했다.

프리랜드가 스위치 히터라는 장점은 있지만 어차피 또 다른 베테랑 2루수 미겔 로하스가 있다. 상대 투수에 따라 플래툰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해도 현재 컨디션이나 타격감 면에서 김혜성이 훨씬 나은데, 프리랜드를 남겨두고 김혜성을 마이너리그로 보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팬들은 로버츠 감독이 김혜성을 못 믿거나 심지어 싫어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비핀을 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다저스에서 이런 푸대접을 받으며 제대로 활약을 못할 바에는 김혜성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뛸 수 있는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김혜성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트리플A 경기에 나서면서 빅리그 콜업을 기다리게 됐다. 지난해에는 5월초에 그런 기회가 왔고, 이후 포스트시즌까지 엔트리를 지키며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 순간을 함께했다. 올해는 김혜성이 또 얼마나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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