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꿀벌이 사라지면 양봉 농가뿐만 아니라 꿀벌의 꽃가루받이로 열매를 맺는 과수 농가까지 큰 타격을 입게 되고, 결국 우리 밥상과 생태계 위기로 돌아옵니다.”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로 줄어든 꿀벌 관련 생태계에 대한 경고다.
성제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은 25일 관련 브리핑에서 농촌진흥청이 겨울철 꿀벌 집단 폐사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꿀벌 월동 환경 유지 기술’ 2종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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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온에서 동사한 바깥쪽 꿀벌./자료사진=농진청 |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난 기후변화로 겨울철 이상고온과 한파가 잦아지고 있다. 이에 겨울철 낮 기온이 12℃ 이상인 날이 3일 이상 이어지면 여왕벌은 봄이 온 줄로 착각하고 겨울잠에서 깨어 산란을 시작하며, 일벌들도 육아 활동에 나서게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일벌의 수명으로, 월동을 하는 일벌은 보통 150일 정도 생존하지만 동면을 못 하고 육아 활동을 하며 호르몬 상태가 바뀐 일벌의 수명은 40일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면, 수명이 짧아진 일벌이 봄이 오기 전에 죽으면서 꿀벌 무리 전체가 붕괴하는 그런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 피해는 양봉 농가를 넘어 꿀벌의 꽃가루받이, 즉 수분 활동에 의존하는 과수와 채소 농가의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우리 농업 전반에 큰 위협이 되는 상황이다.
이에 농진청이 개발한 두 가지 기술은 겨울철 잦은 온도 변화에도 꿀벌이 무사히 월동을 마칠 수 있도록 온습도 변동을 제어하는 공학적 환경 유지 기술로, ‘꿀벌 월동 저장고’와 ‘물주머니 활용 보온 기술’이다.
'꿀벌 월동 저장고'는 저온 환경에서도 실내 습도를 70% 이하로 낮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적인 제습기는 온도가 낮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관리가 어려워 새로운 저온 제습 기술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춥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실내 습도를 맞출 수 있도록 특수 제습 기술을 적용했다. 냉동기 팬 속도는 낮추고, 반대로 공기 순환 팬 속도는 높여 실내 온도를 5℃ 안팎으로 유지하며 공기 중 수분을 성에로 만들어 없애는 원리다.
단순한 저장고가 아니라 겨울철에도 작동하는 저온·제습 공기 유동 기반의 습도 제어 시스템 방식이다.
특히 소음과 미세먼지에 민감한 꿀벌이 편하게 월동할 수 있도록 저장고 내부에 마찰 소음이 적은 고효율 모터(BLDC모터)와 3단 공기 정화 필터를 설치했으며, 꿀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붉은 색 조명을 달아 수면 방해를 최소화했다.
이 같은 저장고는 꿀벌의 월동 이후에는 양봉산물이나 채밀 후 남은 벌집 등을 보관하는 저온저장고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물주머니 활용 보온 기술’은 일교차가 큰 노지에서 벌통을 보관하는 농가가 활용할 수 있다. 전기를 끌어오기 어려운 노지 양봉 농가를 위한 기술로, 마그네타이트를 넣은 물주머니로 벌통 외부를 감싸는 방식이다.
물은 0도에서 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영하로 기온이 떨어져도 쉽게 얼지 않는다. 마그네타이트는 철가루 일종으로 물이 빨리 얼도록 돕고, 물주머니는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얼면서 열을 방출하며 낮에 기온이 오르면 녹으면서 주변 열을 흡수하는 잠열을 이용해 벌통의 급격한 온도 변화를 막는다.
전기 없이도 고체와 액체, 액체와 고체 상 변화에 따른 열의 흡수 ·방출을 이용해서 벌통 주변 운도 변화를 줄이는 수동형 온도 안정화 공학 기술이라는 설명으로, 마그네타이트는 대부분의 흙에도 함유돼 있기 때문에 흙탕물로도 대체할 수 있다.
실제로 충북 청주의 양봉 농가에 물주머니 활용 보온 기술을 적용한 결과, 기술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벌통 외부의 온도 변화 폭을 절반 이하(평균 15도→6도)로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다. 농가에서도 “물주머니를 활용한 벌통의 벌무리가 세력 형성이 활발했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농진청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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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주 농가에서 실증한 에어캡 형태 잠열재 포장./자료사진=농진청 |
농진청은 이번에 개발한 두 가지 환경 유지 기술이 급격한 온도와 습도 변화로 인한 꿀벌의 스트레스를 줄여 안전한 월동을 돕고 겨울철 생존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기술 2건에 대한 특허 출원을 완료했으며, 농가 현장 보급에서 나올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까지 양봉 전문가들과 협력해 최적의 저장 조건을 상세하게 검증할 예정이다. 이후 2028년부터는 신기술 시범 보급 사업을 통해 현장 보급과 적용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성제훈 농과원 원장은 “농진청은 이번에 개발한 온습도 환경 유지 공학기술을 신속하게 현장에 보급해 꿀벌을 건강하게 지키고 농업 생태계 안정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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