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택배업계 양강인 CJ대한통운과 한진이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올해 경영 전략을 공개했다. 양사는 공통적으로 ‘효율성’과 ‘디지털 전환’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지만, 이를 실행하는 방식에서는 뚜렷한 전략적 분화를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총을 계기로 택배시장이 ‘물량 경쟁’에서 ‘구조 경쟁’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
 |
|
| ▲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CJ대한통운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영수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CJ대한통운 제공 |
25일 지난 24일 주총에서 CJ대한통운은 ‘질적 턴어라운드’를 선언하며 사업 구조 전환을 전면에 내세웠다. 3자물류(3PL) 확대, 글로벌 사업 강화, 풀필먼트 연계, AI 기반 물류 고도화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중심축을 이동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주 7일 배송 서비스 ‘매일오네’ 고도화와 C2C 확대까지 언급하며 단순 택배를 넘어 플랫폼형 물류 기업으로의 전환 의지를 분명히 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매출 12조2847억 원, 영업이익 5081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을 기반으로 올해는 수익성 중심의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반면 같은 날 한진은 보다 안정적인 전략을 택했다. 이번 주총에서 노삼석 대표이사의 연임을 확정하며 향후 3년간 경영 연속성을 확보했고, 재무제표 승인 및 이사 선임 안건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한진은 AI 기반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추진하되 급격한 사업 구조 변화보다는 기존 사업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불확실성이 확대된 거시 환경 속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커머스 둔화·비용 상승 겹쳐…택배 수익성 구조 악화
이처럼 두 회사가 같은 키워드를 내세우면서도 다른 해법을 선택한 배경에는 산업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커머스 성장 둔화와 중동 리스크에 따른 유류비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며 “이제는 ‘얼마나 많이 배송하느냐’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을 내느냐’가 핵심 경쟁 요소”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택배시장은 이커머스 고성장 국면이 종료되면서 물동량 증가율이 둔화되는 반면, 인건비와 유류비, 물류 인프라 투자 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구조에 직면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소매유통업체 3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유통산업 전망조사’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쇼핑은 전년 대비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19 시기 약 10% 내외의 두 자릿수 성장률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수준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쿠팡과 네이버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물류를 내재화하면서 기존 택배사들의 물량 기반 성장 전략에도 제약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환경에서 단순 물량 확대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사업 구조 전환이나 운영 효율 극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
 |
|
| ▲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제70기 정기주주총회에 노삼석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주)한진 제공 |
◆시장 환경 변화 속 전략 분화…CJ·한진 전략 분화
이러한 시장 조건 속에서 CJ대한통운과 한진의 전략 차이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은 3PL과 풀필먼트, 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함으로써 물량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물동량 증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성공할 경우 시장 내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한진은 디지털 전환과 운영 효율화를 통해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기존 택배사업의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을 택했다. 물량 증가 둔화와 비용 상승 압박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할 수 있는 ‘방어형 모델’로, 단기적인 변동성 대응 측면에서는 강점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주총은 단순한 경영 계획 발표를 넘어, 국내 택배산업이 ‘배송 산업’에서 ‘플랫폼 기반 물류 산업’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각 기업이 풀필먼트와 공급망 관리 영역을 확장하면서 향후 플랫폼과의 관계 속에서 얼마나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택배는 단순 배송이 아니라 데이터와 공급망을 통합하는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며 “올해는 기업 간 전략 차이가 본격적으로 실적 격차로 이어지는 첫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