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납품에서 기능·플랫폼 과금으로…수익 구조 ‘대전환’
HL만도·현대모비스, 소프트웨어 중심 전략 가속…경쟁력 판가름
[미디어펜=이용현 기자]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자동차 산업의 경쟁 축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단순한 동력원 변화가 아니라 차량의 기능과 수익 구조까지 재편되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시대가 열리면서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사들의 사업 모델 역시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 모비스 헝가리 전경./사진=현대모비스 제공

26일 시장조사기관 SNE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약 2147만 대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하는 등 전동화 전환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부품사 역시 차량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SDV 시장도 빠르게 확대하는 중이다.

SDV는 차량의 성능과 기능을 기계적 구조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개념으로 차량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기능 추가·업데이트가 가능한 구조를 의미한다.

HL만도·현대모비스 부품사 전략 재편… ‘기술 파트너’로 진화

아울러 이 같은 변화는 자동차 산업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기존에는 부품을 납품하고 대금을 받는 ‘일회성 매출’ 구조였다면, SDV 환경에서는 기능·서비스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과금이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SDV 시장은 2024년 약 2135억 달러에서 2030년 1조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자동차 가치의 중심이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부품사들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빠르게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먼저 HL만도는 제동·조향 중심의 전통적 부품 사업에서 벗어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 중이다. 

자동긴급제동, 차선유지보조 등 기능 단위로 공급되는 시스템은 단순 부품이 아닌 ‘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구조로, 완성차 업체가 원하는 기능을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기술 단위 과금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모비스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플랫폼 공급자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북미·유럽 완성차 업체들을 포함한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배터리시스템(BSA)과 섀시모듈 등의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약 13조 원 규모의 수주를 확보했으며, 특히 이 같은 수주 성과는 차량용 반도체와 제어기,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SDV 기반 통합 플랫폼 개발 역량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바탕으로 기존 ‘부품 묶음’ 수준을 넘어 ‘차량 운영 시스템’ 단위로 공급 구조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소프트웨어가 돈 된다”… 자동차 산업 수익 공식 변화

업계에서는 이처럼 자동차 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향후 완성차 부품사들의 경쟁력은 단순 생산 능력이 아닌 ‘지속 수익 창출 구조’ 확보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납품 물량과 단가가 실적을 좌우했다면 SDV 환경에서는 차량 판매 이후에도 기능 업데이트와 서비스 제공을 통해 얼마나 장기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리포트들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엔마켓에 따르면 SDV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2135억 달러에서 2030년 1조2000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는 고성장 시장으로 자동차 산업의 가치 창출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OTA 기반 기능 업데이트와 구독형 서비스 모델이 확산되면서 차량이 ‘판매로 끝나는 제품’이 아닌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 핵심으로 꼽혔다.

결국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장 변화는 부품사의 역할이 확장될 수 있다는 평가다. 기존에는 완성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Tier1’ 역할에 머물렀다면, 향후에는 차량 제어와 운영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술 파트너’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부품을 얼마나 많이 납품하느냐보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얼마나 오랫동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가 기업 가치를 좌우할 것”이라며 “올해 역시 플랫폼과 서비스 기반 수익 모델 확보에 지속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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