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발주 지연 등 겹치며 완제품 수출 환경 악화…업계, 우회 피벗 전략 가동
'HD건설기계'·두산밥캣, 마진 높은 북미 애프터마켓(AM)으로 수익 극대화
진입장벽 높은 미국서 K-배터리 현지 공장 신축 등 '캡티브 마켓' 동시 공략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미국발 관세 장벽과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공세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건설기계 수출 전선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신흥국 시장에서 중국산 장비와의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중동 인프라 발주도 지연되자 국내 건설기계 업계는 마진율 높은 부품·유지보수(애프터마켓·AM) 사업을 고도화하고 국내 기업들의 북미 공장 건설(캡티브 마켓) 물량에 집중하며 수익 방어전에 돌입했다.

   
▲ 미국발 관세 장벽과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공세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건설기계 수출 전선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사진은 HD건설기계가 수주한 36톤급 디벨론 굴착기./사진=HD건설기계 제공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미국 관세 장벽으로 구조적 격변기를 맞았다. 중국 내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라 굴착기 등 내수 장비 수요가 증발하면서 사니(SANY)와 XCMG 등 과잉 생산된 중국산 장비들이 헐값에 해외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 조사를 통해 중국산 장비에 강력한 고율 관세 장벽을 치며 북미 진입을 차단했다. 문제는 미국 시장 진입이 막힌 중국 업체들이 중남미, 동남아, 아프리카 등 신흥국 시장으로 물량을 대거 밀어내면서 생겼다. 원가 이하 수준의 덤핑 수출까지 감행하는 중국으로 인해 신흥국 건설장비 시장은 출혈 경쟁의 장으로 변모했다.

신흥국 수출 핵심 축이던 중동 지역 불확실성마저 극도로 커졌다. 미국과 이란 군사적 충돌 격화로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 대규모 플랜트(EPC) 및 육상 인프라 발주가 기약 없이 지연되는 실정이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중동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기존에 신흥국을 중심으로 신규 장비(완제품) 수출을 늘려 외형 성장을 꾀하려던 국내 업계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국내 건설기계 업계는 수익 구조 무게 중심을 북미 애프터마켓(AM)으로 옮기고 있다. 완제품 판매는 거시 경제 변화에 즉각적인 타격을 받지만 이미 판매된 장비의 부품 교체와 수리를 담당하는 AM 시장은 경기 변동에 둔감하다.

더욱이 신제품 대비 영업이익률이 월등히 높아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인 현금 창출을 담보할 수 있다. 업계는 중국산 장비가 진입하지 못하는 북미 시장에서 부품과 서비스망을 다지는 질적 성장으로 노선을 틀었다.

올해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합병해 출범한 HD건설기계는 북미 AM 시장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분리돼 있던 북미 현지의 부품유통센터(PDC) 거점과 영업망을 하나로 통합해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부품 조달 밸류체인을 최적화하고 있다. '현대'와 '디벨론' 듀얼 브랜드 장비 간의 부품 호환성을 높여 현지 딜러와 고객의 만족도를 끌어올려 완제품 둔화 우려를 고마진 부품 수익으로 상쇄한다는 전략이다.

북미 소형 건설기계 절대 강자인 두산밥캣 역시 미국 전역에 깔린 딜러 네트워크를 무기로 현지 밀착형 부품 공급과 유지보수 역량 강화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관세 아래서 부품 및 서비스 점유율을 극대화해 시장 지배력을 수익으로 직결시키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북미 캡티브 마켓 공략도 수익 방어의 핵심 축으로 안착했다. 기업들은 북미 현지에 조 단위 자본을 투입해 대규모 생산 기지를 짓고 있는 배터리 3사와 현대차그룹 등 인프라 구축 수요를 흡수했다. 진입 장벽이 높은 북미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건설 현장에 국산 굴착기와 도저 등을 독점 공급함으로써 초기 영업 리스크를 대폭 낮추고 탄탄한 고정 수요를 창출했다.

건설기계 업계 내 한 관계자는 "미국 관세에 밀린 중국의 신흥국 저가 공세와 중동 발주 지연으로 인해, 맹목적인 완제품 밀어내기 수출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며 "통합 출범한 HD건설기계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AM 역량 강화와 캡티브 마켓 선점이라는 밸류체인 고도화를 통해 거시적 위기를 넘을 장기적인 수익 방어막을 단단히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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