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정부·금융당국이 국내 주식시장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직후부터 기업들의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관련 이슈로 한동안 논란이 됐던 LS조차 "당분간 기업공개(IPO) 계획이 없다"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넷마블 역시 개발 자회사 넷마블네오의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주식시장 주변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과도한 규제가 자유로운 경영을 옥죄는 결과가 나와선 안 된다는 우려도 일부 함께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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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금융당국이 국내 주식시장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직후부터 기업들의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사진=김상문 기자 |
27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복상장과 관련된 제도개편이 예상되면서 시장 안팎의 분위기가 곧장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방안'에 따라서 향후 인수하거나 신설한 자회사의 경우 상장을 금지하고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부 회사들의 알짜 사업부나 자회사가 별도 상장돼 모회사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던 것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다.
현재까지 한국거래소는 분할 후 중복상장, 소위 말하는 '쪼개기 상장'에 대해서만 '주주보호 노력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이는 지나치게 추상적인 기준이어서 여전히 많은 회사들이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중복상장에 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하면서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마련될 조짐을 보이자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LS그룹의 경우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복상장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 26일 진행된 제5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명노현 LS부회장은 "정부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명 부회장은 "중복상장을 못해도 경영에는 큰 이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직접 언급했다.
게임회사 넷마블 역시 개발 자회사 넷마블네오의 상장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대안이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와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실질적인 시장의 변화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다만 중복상장 금지가 또 다른 풍선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화솔루션은 지난 26일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최근 국내 증시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화솔루션 주가는 지난 26일 거의 20% 가까이 빠졌고 이날(27일) 오후까지도 5% 가까이 추가 하락을 하고 있다. 지난달 최고가가 6만원 근처까지 갔던 주가는 현재 3만5000원 대로 떨어져 있다.
한화솔루션 유증에 대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유상증자 자금의 상당 부분이 채무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라는 점 때문이다. 심지어 불과 이틀 전 열린 주주총회에서 관련 계획은 전혀 언급되지도 않았다. 정부 정책과 배치되는 신뢰 훼손 사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앞으로 이런 식의 사례가 더욱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중복상장이 전면 금지되면 기업들이 투자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방법도 유상증자나 차입 등으로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면서 "중복상장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좋지만, 규제 일변도로 나간다고 해서 신뢰 문제까지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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