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본업 강화 ‘난관 직면’...부산 이전·노사 갈등 겹쳤다
수정 2026-03-30 15:37:28
입력 2026-03-30 15:37:30
이용현 기자 | hiyori0824@mediapen.com
부산 이전 논의 재점화…노사 갈등·정책 변수 동시 부각
해운 시황 불안 속 내부 리스크 확대…전략 실행력 시험대
해운 시황 불안 속 내부 리스크 확대…전략 실행력 시험대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출발선부터 복합적인 변수에 직면했다. 해운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지만 본사 부산 이전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노사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까지 겹치며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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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본사 부산 이전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노사 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사진은 ‘윙세일(Wing Sail)’을 설치한 HMM의 5만톤급 중형 유조선(MR탱커) ‘오리엔탈 아쿠아마린(Oriental Aquamarine)’호./사진=HMM 제공 | ||
30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지난 26일 제50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부산 지역 학계 인사와 최대주주 산업은행 측 인사가 이사회에 합류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번 주총에서 본사 이전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회사 측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를 보류했다.
◆HMM…해운 본업 집중 전략 본격화, 노조에선 제동
일각에서는 이번 이사회 재편이 향후 부산 이전 추진을 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상법상 본점 소재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지만 최대주주 지분 구조를 고려할 때 안건이 상정될 경우 통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이사회와 임시주총 등을 거쳐 관련 논의가 다시 본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제는 시점이다. 현재 HMM은 외형 확장보다 내실 강화에 방점을 둔 전략 전환의 초기 단계에 있다. 회사는 컨테이너 해상운송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2030 중장기 프로젝트에 따른 벌크선 선대 확대, 친환경 선박 도입, 글로벌 터미널 투자 등 해운 내부에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이는 최근 해운 시황을 반영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해운시장은 신조선 인도 증가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와 제한적인 수요 증가, 보호무역 기조 확산 등으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단순한 운임 상승에 기대기보다 비용 구조 개선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본사 이전 논의가 겹치면서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노조는 본사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숙련 인력 이탈과 업무 효율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총파업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대응 강도를 끌어올린 상태다. 특히 육상노조에 이어 해상노조까지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노조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쟁의행위 절차에 착수하는 한편, 향후 일정에 맞춰 부분 파업 등 실력 행사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노조는 사측과의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영 전략 추진 초기 단계에서 이 같은 강경 대응이 이어지는 데 대해 HMM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갈등이 행동 단계로 확대될 경우 단순한 의견 충돌을 넘어 실제 경영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산 이전 둘러싼 구조적 충돌…정책·기업 현실 엇박자
이번 갈등은 단순한 노사 문제를 넘어 구조적 성격을 띤다. 본사 이전이 기업 자체 판단만이 아니라 정부의 해양·물류 정책과 맞물려 추진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해양수산부 이전에 이어 HMM 본사까지 부산으로 옮겨 ‘글로벌 해양수도’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 역시 올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 “HMM 부산 이전을 먼저 완료한 뒤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하며 이전을 선결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수도권과의 거리 문제, 금융·영업 중심 기능 분산 등 현실적 한계를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선사들도 항만이 아닌 금융 중심지에 본사를 두는 사례가 일반적"이라며 "또 해운업 특성상 고용 유발 효과가 제한적인 데다, 이미 일부 기능이 지역에 분산돼 있다는 점에서 이전에 따른 실질적 파급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외 환경도 부담 요인이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주요 해상 운송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해운업 전반의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폐쇄되면서 이에 따른 유가 증가로 선박 연료비 상승 압박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업은 연료비 비중이 높은 산업 특성상 비용 변동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외부 변수는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결국 HMM은 전략 실행의 초입에서 내부와 외부 변수에 동시에 직면했다. 본업 경쟁력 강화라는 방향성은 분명하지만 정책 변수와 노사 갈등, 지정학 리스크가 맞물리며 실행 환경은 녹록지 않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기업 경쟁력과의 균형을 고려한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내부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사 충돌이 현실화될 경우 단기적인 물류 차질뿐 아니라 화주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