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DR 상장 추진…"신주발행 방식은 반대" 견해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상장을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선두주자로서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발주자 마이크론(MU)보다 시장에서 저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미국·이란 관련 상황으로 주가가 흔들리고 있는 국면이 오히려 투자 기회일 수 있다는 관점도 제시된다.

   
▲ SK하이닉스가 미국 상장을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절차에 착수하면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 24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올해 중 상장이 목표이며 공모 규모와 방식, 일정 등 세부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최종 상장 여부 또한 SEC의 심사 결과와 시장 상황, 수요 예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공지했다.

ADR은 흔히 외국인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서 자사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 발행하는 증권이다. 쿠팡의 경우가 아예 나스닥 시장 자체에 상장을 한 주식이라면, 대만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회사 TSMC를 나스닥에서 매수하기 위해선 TSMC의 ADR을 거래해야 한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이번 수순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행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나 최근 들어 주가가 폭발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는 평가다. 한국 시장에서 거래된다는 이유만으로 SK하이닉스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 받고 있다는 견해는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예를 들어 같은 반도체 업계에서 경쟁하고 있는 마이크론(MU)과 비교해 보면 이 상황이 도드라진다. HBM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50%를 넘기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후발주자인 마이크론보다 선행 PER이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시장점유율과 별도로 영업이익 또한 SK하이닉스가 47조원, 마이크론은 24조원 수준으로 2배 정도 차이가 난다. 즉, 이익은 하이닉스가 훨씬 더 많이 남기고 있는데도 시장은 마이크론이 벌어들이는 1달러를 하이닉스의 1달러보다 2배 더 가치 있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1등 기업이 오히려 저평가를 받는 기이한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 시장에 상장돼 있다는 사실이 주가를 누르는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이사회의 독립성과 회계 투명성 등에선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미국 시장 상장이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논리다.

다만 남아 있는 숙제는 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인 주주환원정책이 나와야만 시장의 평가도 일신될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또한 이번에 SK하이닉스가 계획대로 140억 달러(한화 약 20조원) 규모의 상장을 추진하면서 '신주 발행' 방식을 택한다면,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면서 또 한 차례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같은 투자자 단체들은 이미 'ADR 상장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신주 발행 형식은 반대'라는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상장 관련 '향후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혹은 6개월 이내에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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