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보조금 영향에 수요 회복…등록 대수 역대 최대
가격 경쟁·기술 경쟁 병행…완성차 전략 전환 가속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전기차 시장이 대중화를 이끄는 실속형 모델과 기술력을 강조한 고급 모델이라는 두 축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유가 상승과 보조금 정책 변화가 맞물리며 경제성을 앞세운 수요가 되살아나는 동시에 고사양 하드웨어와 첨단 소프트웨어를 선호하는 프리미엄 소비층도 두터워지는 양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보조금 정책 영향으로 전기차 수요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기차 신규 등록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시장 반등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 전기차 시장이 대중화를 이끄는 실속형 모델과 기술력을 강조한 고급 모델이라는 두 축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사진은 더 뉴 BMW iX3./사진=BMW 코리아 제공


◆ 가격 낮추고 보급 확대…'가성비 전기차' 전면에

전기차 시장의 한 축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대중화 흐름이다. 보조금 혜택과 제조사들의 가격 인하 전략이 맞물리며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춘 모델들이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2월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3만5693대로 집계됐다. 월 기준 처음으로 3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지난해 같은 달(1만3128대) 대비 171.9% 증가한 수치다. 종전 최대였던 지난해 9월(2만8519대) 기록도 넘어섰다. 가격 할인 경쟁과 보조금 조기 집행 효과가 맞물리며 수요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보급형 라인업을 보강하고 가격 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하며 전기차 대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캐스퍼 일렉트릭, EV3 등 대중화 타깃 모델을 확대하며 가격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 BYD도 2000만 원대 초가성비 전기차를 내놓으며 전기차 보급 확산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구매 장벽으로 지적되던 초기 비용 부담이 낮아지면서 실수요 중심의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기조가 이어질수록 전기차의 유지비 절감 효과가 다시 부각되면서 대중형 모델 중심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흐름은 단순한 반짝 수요가 아니라 구조적인 시장 확대 국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주행거리·기술 경쟁 격화…프리미엄 시장도 확대

전기차 시장의 또 다른 축에서는 프리미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단순 가격이 아닌 주행거리, 성능, 소프트웨어 경쟁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소비층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운 고급 전기차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BMW는 최근 차세대 순수 전기 스포츠액티비티차(SAV) '더 뉴 BMW iX3'를 국내에 선보이고 사전 계약을 시작했다. 8000만 원이 넘는 고가 모델임에도 사전 예약 시작 사흘 만에 2000대를 돌파하는 등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쉐 역시 고성능 전기차 라인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르쉐는 순수 전기 SUV '마칸 일렉트릭'을 통해 고성능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는 AMG 전용 전기차 모델을 통해 퍼포먼스 중심의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커는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커는 한국 시장 첫 출시 모델로 중형 SUV '7X'를 낙점했다. 7X는 75kWh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100kWh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하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레벨2 주행보조 기능을 적용해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보급형과 프리미엄 시장이 동시에 성장하는 구조로 전환되면서 제조사들은 가격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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