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오리지널 약가 인하…바이오시밀러 중심 시장 재편 가속
바이오 AG 가격 메리트 상실…국내 바이오시밀러 진입 기회 확대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고령화로 의료비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는 일본이 약가제도를 전면 개편하며 제약시장 구조 재편에 나섰다.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가격 인하를 상시화하는 대신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제도적으로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 축이 이동하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에도 중장기적으로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일본이 4월부터 약가를 인하하면서 바이오시밀러 활용을 적극 추진하면서 국내 기업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사진=제미나이


3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2026년도 약가제도 및 비용효과성 평가(HTA) 개편안을 확정하고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약가 인하를 넘어 사후 관리 중심의 가격 통제 체계를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실거래가 조사 기반의 주기적 약가 인하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매출 규모와 비용 대비 효과를 반영해 고가 의약품을 선별적으로 조정하는 구조로 전환된다.

특히 연 매출 수백억 엔에서 1000억 엔 이상에 이르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대해 경제성 평가 적용이 상시화된다. 비용 대비 효과를 나타내는 ICER(증분비용효과비)를 기준으로 약가를 단계적으로 인하할 수 있도록 했으며, 예상보다 판매가 급증한 품목은 시장 확대 재평가 제도를 통해 분기 단위로 가격을 재산정할 수 있게 했다.

사실상 고가이거나 시장 지배력이 과도하게 확대된 의약품에 대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정책 의도가 반영된 조치다.

일본의 HTA는 한국과 달리 보험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수단이 아니라 등재 이후 가격을 조정하는 사후 관리 도구로 활용된다.

약효, 부작용, 대체 치료법, 삶의 질 개선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비용 대비 효과를 평가하고 기준을 초과할 경우 프리미엄을 축소하거나 약가를 인하하는 방식이다. 희귀질환이나 항암제 등 일부 영역에는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지만 전체적인 방향은 약제비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개편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변화는 바이오 AG(오리지널사가 직접 출시한 복제약)의 가격 규정이다. 기존에는 오리지널 대비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며 바이오시밀러와 경쟁해왔지만 앞으로는 신규 등재 품목에 대해 오리지널과 동일 약가가 적용된다.

이 같은 경우 바이오 AG는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고 의료기관이나 환자 입장에서 선택 유인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바이오시밀러에는 정책적 지원이 집중된다. 일본 정부는 처방 의료기관에 대한 수가 인센티브 확대환자 본인부담 경감 등의 유인책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리지널과 바이오 AG가 가격 측면에서 묶이는 가운데 바이오시밀러만이 실질적인 비용 절감 수단으로 자리 잡는 구조가 형성된다. 제도 설계 자체가 고가 오리지널 억제 바이오시밀러 확대라는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국내 기업에게 의미 있는 환경 변화로 평가된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은 일본 시장에 진출해 있으나 보수적인 처방 관행과 자국 기업 중심의 시장 구조로 인해 미국·유럽 대비 확장 속도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편으로 가격 경쟁 구조가 재편되고 정책적 인센티브가 강화되면서 향후 진입 장벽이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자가면역, 안과, 호흡기 등 후속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준비 중인 기업들에는 추가적인 시장 확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의 낮은 바이오시밀러 사용률은 이러한 정책 전환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기준 바이오시밀러 사용률은 약 30%대 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유럽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으로 일본 정부는 이를 끌어올려 급증하는 약제비를 억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동일 자료에서는 바이오시밀러로 대체할 경우 연간 약 1000억 엔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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