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 산불 1년… 잿더미 넘어 다시 일어서는 천년고찰 고운사
수정 2026-04-01 12:06:19
입력 2026-04-01 02:36:06
김상문 부장 | moonphoto@hanmail.net
[미디어펜=김상문 기자] 작년 3월 경북 의성과 안동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은 천년고찰 고운사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당시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사찰 경내는 물론 주변 산림까지 빠르게 번졌고, 진화 작업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순간에 번진 화마는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전각과 숲을 집어삼키며 참혹한 흔적을 남겼다.
고운사 전각 30채 중 21채가 소실됐으며, 사찰림 약 249ha 중 243ha가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연수전과 가운루까지 전소돼, 천년고찰의 역사와 상징을 보여주던 공간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당시 현장을 찾았던 기자에게 한 불자는 “불과 물에는 원수가 없다고들 하지만, 그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는 짧은 한마디는 지금도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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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3월 발생한 대형 산불로 사찰과 주변 산림이 큰 피해를 입었다.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한 불길에 전각 30동 가운데 21동이 소실돼 자취를 감췄다. 사진은 지난해 부처님오신날 촬영한 스님들 모습.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산불 피해 1년이 지난 지금, 고운사는 가람 재건을 위한 복원불사에 정진하고 있다. 불에 탄 수목을 정돈하고, 소실된 전각 복원을 위한 기초 작업도 진행 중이다. 경내 곳곳에는 여전히 화마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복원을 향한 움직임은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손꼽히던 낙락장송의 절길은 이제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고운사 일주문에서 경내까지 이어지는 길가에는 산불로 고사한 나무를 중심으로 안전목 제거 작업이 한창이다. 베어진 나무들이 층층이 쌓인 풍경에서, 화마의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고운사는 수목 정비 이후 남은 산림에 대해서는 자연 회복에 무게를 둘 방침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불자는 “주지스님께서 불에 탄 나무를 우선 정리하고, 이후에는 차나무 같은 방화 수종으로 점차 바꿔갈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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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불리던 낙락장송의 진입로는 이제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고운사 일주문에서 경내까지 이어지는 길목에는 산불로 고사한 나무들을 제거하는 안전목 정비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천왕문을 지나 마주하는 가운루 터는 이번 산불의 상처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다. 잔해는 대부분 치워졌지만, 하얀 포로 감싼 기둥 세 개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계곡 위에 우뚝 서던 독특한 누각의 웅장함은 사라지고 빈터만 덩그러니 남아 쓸쓸함을 더한다.
범종각 역시 온전한 모습을 잃었다. 형태는 완전히 사라졌고 범종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극락전과 만덕당, 호랑이 벽화로 잘 알려진 우화루 역시 자취를 감춘 채 터만 남아 복원불사를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불자는 “온전한 데가 한 군데도 없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고운사는 극락전, 약사전, 선원, 명상원 등 큰 피해를 입은 전각과 공간의 복원을 준비 중이다. 대들보와 서까래, 기둥, 불단, 닷집 등 전통 건축의 핵심 요소를 다시 세워야 하는 만큼, 복원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사찰 관계자는 “산불 이후 주말이면 전국 불자들이 찾아와 예불을 올리고 기와불사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라고 전한다. 그러면서 “폐허 위에 다시 도량을 세우는 일은 단지 건물을 짓는 작업이 아니라, 무너진 공동체의 마음을 다시 모으는 과정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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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은 지금도 사찰 곳곳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진은 화재 전후 가운루의 모습.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다행히 자연은 서서히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게 그을린 산자락 곳곳에 새싹이 올라오고, 일부 구역에서는 동물들의 흔적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연 생태계가 생각보다 빠르게 복원력을 드러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사찰의 시간은 자연의 시간과는 다르다. 산은 시간이 흐르며 스스로 푸르름을 되찾을 수 있지만, 전통 사찰의 전각과 문화유산은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복원해야 한다. 그만큼 긴 시간과 치밀한 고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단순히 불에 탄 자리를 메우고 외형만 되살리는 것으로는 온전한 복원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유산청 등 관계 기관은 산불 직후부터 사찰 내 문화유산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복원 작업을 단계적으로 준비해 왔다. 산림 당국도 자연 복원은 이미 시작됐지만, 완전한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찰 관계자는 “전각은 다시 지을 수 있지만, 그 안에 쌓인 시간과 기억을 되살리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계절은 다시 봄을 데려왔지만, 고운사의 시간은 아직 천천히, 조심스럽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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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운사를 찾은 불자가 복원불사 안내판을 휴대전화에 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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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가운 소식도 전해진다. 지난해 산불로 화상을 입은 천왕문 앞 소나무가 치료제 수액을 떼고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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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게 그을린 산자락과 남은 구조물들이 사찰 안팎에 산불 피해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사진 속 범종은 지난해 촬영한 것으로, 지금은 불자들에게 복원불사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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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이면 고운사를 찾은 불자들이 예불을 올리고, 기와불사로 복원불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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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년에 촬영한 고운사 우화루 벽면의 호랑이 벽화는 보는 이를 따라 눈빛이 따라오는 듯한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