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유가 불안 겹치며 수요·비용 동시 압박
삼성·LG 등 건설사·기업 고객 겨냥 B2B 확대 본격화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중동 정세 불안과 유가 변동성 확대, 보호무역 기조 강화가 동시에 겹치면서 가전업계의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수요 둔화와 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이중 압박 속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업체들은 기존 소비자 중심 사업 구조에서 B2B(기업 간 거래)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모습이다.

   
▲ 사진=AI 이미지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가전 시장은 전쟁 리스크와 에너지 가격 불안, 관세 변수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류비와 원재료 비용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반면, 고금리와 경기 둔화 여파로 소비 심리는 위축되면서 완제품 수요는 둔화되는 흐름이다.

특히 교체 주기가 긴 생활가전 특성상 소비자들은 구매를 미루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공기청정기, 제습기, 주방가전 등 필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군부터 판매 감소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글로벌 주택 경기 둔화 영향으로 입주 물량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신규 가전 수요 기반도 약화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대응해 가전업계는 사업 구조 자체를 조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중심으로는 건설사, 부동산 개발사 등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B2B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파트·주택 건설 단계에서 가전을 일괄 공급하는 '빌트인' 시장이나, 상업용 냉난방공조(HVAC) 등 프로젝트 단위 수주를 늘리는 전략이다.

B2B 시장은 한 번 계약을 체결하면 수년간 납품이 이어지는 구조여서 수요 변동성이 큰 소비자 시장 대비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기 판매 중심의 B2C와 달리 장기 계약 기반의 반복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 '판매'에서 '계약'으로… 가전 수익 구조 바뀐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가전업계의 수익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과거에는 신제품 출시와 유통 채널 경쟁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 최근에는 대형 프로젝트 수주와 장기 계약 확보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건설사와의 협업을 통해 확보하는 빌트인 가전 시장은 입주 시점에 맞춰 대량 공급이 이뤄지는 구조다. 한 번 공급망에 진입하면 추가 교체나 확장 수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장기적인 거래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상업용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데이터센터, 오피스 빌딩, 복합시설 등에서 에너지 효율 관리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냉난방공조(HVAC)와 연계된 가전 솔루션 수요가 늘고 있다. 단순 제품 공급을 넘어 운영 효율까지 고려한 통합 제안이 중요해지면서, 가전업체의 역할도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에너지 비용 상승 역시 이러한 전환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력 요금 부담이 커지면서 건물 단위에서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가전 제품은 개별 소비재를 넘어 '에너지 관리 인프라'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 역시 B2B 확대를 부추기는 배경이다. 전쟁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물류 환경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수요 예측이 어려운 B2C 시장보다 계약 기반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B2B 사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중장기적으로 가전업체의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 중심 전략과 더불어 프로젝트 기반 매출 비중을 높이는 '투트랙 구조'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가와 관세, 지정학 리스크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기존처럼 판매량 중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은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수요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장기 계약 기반의 B2B 사업은 수익 구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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