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자회견 이후 투자심리 다시 얼어붙어…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한 달을 넘기고 있음에도 조기 종식 기대감은 좀처럼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하물며 상황이 곧 종결되더라도 국제 유가 진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자연스레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주고,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게 되면서 주식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공포감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한 달을 넘기고 있음에도 조기 종식 기대감은 좀처럼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미국-이란 충돌에 따른 시장의 혼란이 점차 장기화되고 있다. 이날(2일) 국내 주식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일 8%대 급등한 코스피 지수는 이날 오전에도 전일 대비 1.3% 오른 5550선에서 거래를 시작했으나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경부터 시작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이후 방향을 급격하게 전환해 오후 2시를 전후로는 4% 하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란과의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며 마치 협상이 임박한 것처럼 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국민 연설에서는 "앞으로 2∼3주에 걸쳐 이란에 대해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태세를 전환했다. 시장의 기대와 정반대의 발언 내용이 나오자마자 국내는 물론 아시아 증시 전체가 방향을 급격하게 꺾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 최대 리스크 중 하나로 지목되는 원·달러 환율 또한 다시금 1520원을 넘기는 등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 또한 재차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의 불안은 이미 이번 사태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다는 정황들 때문이다. 지금 당장 이번 사태가 끝나지도 않겠지만, 설령 근시일 내 충돌 상황이 완벽히 종료된다 하더라도 '후유증'이 꽤 길게 남을 것으로 점차 확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국제유가다. 이란은 이번 전쟁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전략적 카드로 적극 활용하며 시장의 경계심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시장이 오랫동안 '최악의 경우'로 상정하고 있었을 뿐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시장의 바로 그 최악의 시나리오를 현실로 직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한 이번 사태 이후에도 이란이 얼마든지 호르무즈 해협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각국의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리스크를 더하게 됐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핵심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제유가 상승은 빠르게 현실로 다가왔다. 기름값의 상승은 결과적으로 전체 물가의 상승을 야기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도 치명타를 야기할 수 있다. 이날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4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국제 유가의 큰 폭 상승의 영향으로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대로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둔화 우려가 동시에 자극(스태그플레이션)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사이클에도 지장이 불가피해진다. 이른바 'S의 공포'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트럼프 기자회견은 이란 전쟁 상황조차 빨리 종식될 수 없다는 현실을 보여주면서 시장의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전병하·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트럼프 기자회견 이후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트럼프 회견은) 이란과 협상 난항으로 공식 연설을 통해 강경한 스탠스를 보여준 트럼프식 협상 패턴일 가능성 높다"면서 "이라크 전쟁(8년), 한국전쟁(3년), 베트남전쟁(8년), 세계대전(8년) 등을 언급하면서 32일이라는 빠른 성과를 제시한 점 역시 트럼프 스스로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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